▲지난 7월 24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당시 병역비리 수사 보도와 관련, KBS·MBC 등 방송4사에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문제'의 공문에는 (1)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얼굴 사진을 내보내지 말라 (2)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라 (3)검찰의 공식 발표만 보도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횡포를 연상시키는 '신(新)보도지침'이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한나라당은 며칠 뒤 협조공문 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서청원 대표는 "공문에 일부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대외공문을 보낼 때 당3역과 대표의 결재를 받도록 하겠다"고 재발방지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방송사에 보낸 협조공문은 과거 5공 정권의 보도지침과 맥을 같이하는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방송장악 음모인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단지 '공문관리 소홀'과 '매끄럽지 못한 표현'탓으로 떠넘기며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당시 MBC와 갈등을 겪고 있던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1)MBC에 대한 취재거부 (2)출입기자실 부스 폐쇄 (3)시청거부 등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MBC를 국정감사대상에 포함시키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물론 이 와중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신(新)보도지침'에 대해 다음날 기사화하지 않았다. '대통령 만들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을까? 그 속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사실 보도'라는 언론의 1차적 기능을 저버린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언론은 정권의 폭압적 힘에 재갈이 물린 채 정권의 비위에 거슬리는 사실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언론의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 만개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에 불만을 표출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언론이 과거처럼 정권의 통제와 간섭을 받는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적어도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언론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중적 잣대를 두고 한나라당을 출입하고 있는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이 새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야당으로서 (방송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생각은 새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도 바뀌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유독 언론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과 다른 것이 없이 구시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지도체제가 들어섰으면 이제 바뀐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이회창 전 총재의 말처럼 "방송에 한나라당의 '한'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자신의 발등만 찍고 있을 일이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굴절된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변화는 요원하다.
최근 한나라당의 변화를 위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당밖의 여론조사에서는 자중지란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