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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우울한 한주일이었습니다.
날씨와 곳곳에서의 자살소식, 무엇보다도 피부를 타고 느껴지던 예사롭지 않던 어두운 느낌이 날씨탓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무거워 마치 악몽을 꾸던 것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정 회장님의 죽음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비애와 심장의 물리적인 아픔마저도 가져다 주었습니다.또한 그저 막연히 돈에 대해선, 끝없는 보물상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도덕적으로는 옳지 않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을 거라고 보여지던, 큰 회사를 운영하는 분들에 대하여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 회장님 그분이 대하여야 했던 정치권의 현실은, 정치인 개개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고집불통인 우리 모두의 확장되고 왜곡된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안의 모순은 평화와 통일를 원하면서도 타당하고 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고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모순의 복잡한 그물망을 헤엄치던 그분은 지금은 그 그물 안에서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자기 운명을 알았을 겁니다.
에밀레종이라 부르는 성덕대왕신종을 아십니까?
종이 자꾸 깨지고 실패로 돌아가자 종을 만드는 사람이 누군가의 혼이 들어가야 한다고 느꼈는지 어린 아기를 쇳물에 빠뜨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 종은 마침내 성공리에 만들어졌고 종을 칠때마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듯하다 하여 에밀레종이라고 한다지요.
오늘 정회장님의 영결식날, 그분이, 마치 1300년전 종을 위해 혼을 바치던 도공의 마음으로 자기자신을 던졌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분이 허공에 임해 몸을 벗는 순간 염원한 것이 그동안 자신을 옥죄고 있던 사법심사나 재정상태나 누구에 대한 울분은 아니었을 겁니다.
생애를 걸쳐 일해온, 그리고 자기를 이렇게 죽음으로 몰아간 근본적 이유가 된, 남과 북을 하나로 하고 싶은 염원이었을 겁니다.
그냥 모든 것을 힘들어서, 감당할 수가 없어서 떠났다고 믿기에는 그분이 하시던 일이 너무 소중하고 결코 한 개인의 죽음으로 중단되어서는 안 될 우리 모두를 위해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생명을 바쳐서 너무도 값진 초석을 놓았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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