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센서기로 복숭아의 당도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장영미
선별장의 한쪽에선 광센서기로 복숭아의 당도를 검사하고 있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전량을 검사할 수는 없으나 반 정도는 검사하고 있다고 한다. 센서기 위에 일일이 복숭아를 올려 놓아 검사하는 일은 어지간히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인 것 같았다.
취재 중 오기하라씨는 3, 4년 전에 이곳에 한국의 정 아무개라는 사람이 연수를 온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한국의 전주농협에서 사람들이 와서 이곳의 축제 때 ‘김치만들기’도 했으며 직접 판매도 했었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이 마을이 왠지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선 직접 주문을 받아 전국 어디든지 택배로 우송을 해주는 일도 하고 있었다. 가격도 일반 시중가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쌌고, 품질 또한 나무랄 것 없는 상등품이었다. 나와 함께 간 부인은 10여장이 넘는 택배 주문지에 받는 이의 주소와 자신의 주소를 일일이 적은 후 대금을 지불했다. 이로써 부인의 ‘잔서문안’이 일단락 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주소 몇 개 챙겨올걸…’하는 마음이 들었다.
부인은 24개들이 복숭아 한 상자를 사서 함께 나누자고 했다. 서로 식구가 별로 없는 처지라 이것은 아주 합당한 제안이었다. 12개씩 나누고 1250엔을 냈다. 크기도 일반 수퍼에서 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컸는데 값은 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개중에는 조금 진무른 부분이 있는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과일이 잔뜩 있었다. 더운 여름이라고 커다란 수박도 한통 냉장고에 넣어 놓았었고, 그 부인으로부터 받은 족히 1kg은 넘는 델라웨어 포도도 아직 남아 있었고, 손님 치르느라고 사다 놓은 복숭아, 포도, 배 등이 아직 남아 있던 터였다. 거기에다 또 커다란 복숭아가 12개 생겼으니 부지런히 먹지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찌노미야에서 사온 복숭아가 어찌나 달콤하고 물도 많은 지 다른 과일엔 손도 가질 않았다. 집에 남아 있던 다른 복숭아는 장마로 햇볕을 덜 받은 탓인지 맛이 형편없었는데, 이것은 어떤 것을 먹어도 맛이 쳐지지 않고 고르게 맛이 있었다.
일본에 온 후로 정말 오랜만에 과일을 실컷 먹어 본 것 같다. 그 부인의 말대로 일본의 과일값은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을 했었다. 수퍼엘 가도 몇개씩 낱개 포장되어 있고 가격도 비싸서 실컷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복숭아 공동선별장에 가보니 과일값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포장에도 신경을 쓰고 정성을 쏟으니 자연히 값이 비싸질 수 밖에.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를 먹게 해 준 그 부인에게 감사하다는 전화라도 한통 넣어야겠다. 늘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정보도 알려주시는 어머니 같으신 분이다. 본인도 외국생활의 경험이 있으셔서인지 누구보다도 내 처지를 잘 이해해주신다. 덕분에 맛있는 복숭아를 실컷 먹었노라고 한껏 치켜세워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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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찌노미야(一宮) 마을의 ‘복숭아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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