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봉평신라비 훼손

7번국도 확포장 공사 불법강행...문화재청에 허가도 받지 않아

등록 2003.08.19 10:16수정 2003.08.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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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형차량이 지나가면서 발생시키는 소음과 진동으로 국보 문화재인 울진봉평신라비는 훼손위기에 놓여있다.

대형차량이 지나가면서 발생시키는 소음과 진동으로 국보 문화재인 울진봉평신라비는 훼손위기에 놓여있다. ⓒ 서재철

국보 제 242호인 울진봉평신라비가 불법적인 도로 건설로 훼손 위기에 놓여 있다. 건교부 부산국토관리청에서 시행하는 7번국도 울진-죽변 구간의 확·포장 공사 현장인 경북 울진군 죽변읍 봉평리 일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건교부는 울진봉평신라비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도로공사를 강행했다. 문화재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불법 공사를 한 것이다. 건교부는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였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 문화재 외곽경계 500미터 이내의 지역에서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음·진동 등을 유발하는 행위와 먼지 등을 방출하는 행위의 공사를 할 경우, 국가지정문화재 또는 보호구역안에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을 신청하여 허가 후 공사에 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도로건설의 발주자인 건교부나 시공사인 LG건설 둘다 이를 무시했다. 시공사인 LG건설 관계자는 "시공중인 울진-죽변간 4차선 확포장 공사 전체준공 시점을 올 연말로 잡고 있어 일정이 급했고 비산먼지 발생 등으로 생겨나는 주민 민원과 어차피 포장이 돼야 할 구간이라는 입장에서 울진군 건설과와 상의해 도로포장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7번 국도 건설공사는 기존 2차선인 7번국도를 4차선 직선형으로 확포장하는 공사다. 최근 건교부의 국도 확장공사는 고속도로 수준의 4차선 직선형이 기본이다. 그래서 주요 마을이나 도시 지역과의 연결을 위해서는 2차선 진입로가 곳곳에 건설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된 진입로도 7번 국도 울진-죽변 구간 중 죽변 봉평리 일대의 진입로를 설치하기 위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a 국보 제 242호인 울진봉평신라비, 1500년전 삼국시대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국보 제 242호인 울진봉평신라비, 1500년전 삼국시대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 서재철

건교부 부산국토관리청 담당자는 "우리도 문화재관리법상의 불법은 인정하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 저감대책으로 3억원 이상의 용역을 통해 보존대책을 요구해서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그냥 공사를 했다. 정히 문제가 된다면 진입로 자체를 폐쇄하거나 걷어내면 그만이다"라고 밝혔다.

7번국도 확포장공사로 인한 문제는 이번 울진봉평신라비 만이 아니다. 울진 구간과 인접한 경북 영덕군 일대에서도 지난 2001∼2002년에도 환경영향평가의 지질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절개지가 무너지는 인재가 수십개소 발생했다는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울진봉평신라비는 신라 법흥왕 시절의 정치상황과 권력의 긴장관계를 알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삼국시대의 유적이다. 진흥왕 순수비나 광개토왕비와 같은 반열의 비석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는 문화재다.

이번 문제의 도로 공사 현장은 지난 1988년 3월 객토작업을 하던 중 우연히 봉평신라비가 발견된 곳으로 집단 주거지 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각종 공사시 전체적인 지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역의 향토사가들은 주장한다.


울진봉평신라비는 도로공사로 인한 수난 이외에도 정부의 무관심에 가까운 방치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즈음 지역의 웬만한 문화재는 지자체 차원에서 정비도 하고 관리도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정작 국보급 문화재를 관리하는 손길은 마을 서낭당이나 산신각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심지어 여름 더운 날에는 일부 지역주민들이 봉평신라비의 보호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기와 지붕 아래에 돗자릴 깔고 누워 있을 정도다. 울진봉평신라비는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방치의 생생한 현장이다.

문화유적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부부터 후진국 수준의 관리와 접근에 머물러 있는 3류국가식의 자화상이 바로 울진봉평신라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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