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의 낯선 여행(2)

승봉도 여행기 2부-아이들을 위하여

등록 2003.08.19 10:08수정 2003.08.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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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시간의 긴 기다림에도 마냥 즐거운 아이들...
10여시간의 긴 기다림에도 마냥 즐거운 아이들...장봉수
오전의 안개주의보 탓에 승봉도를 빠져 나가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승봉도의 선착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섬을 떠나기 위해 대기중이었습니다.

우리 네가족은 마냥 들뜬 마음에 그러한 모습 조차도 왠지 살갑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섬이라고는 신혼여행때 가보았던 제주도와 여의도(^^)외에는 가본 적이 없는 지라 우리 모두는 가벼운 흥분에 떨어야했거든요.

선착장 주변의 곳곳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연싯 미끼를 꿰고 낚시를 던지고 있는 모습이란…

우리네 가족이 3박4일간의 거처로 삼은 곳은 선착장에서 불과 3, 400m 이내에 있는 곳이어서, 우리가 참말로 자그마한 섬에 왔구나하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지라 조금은 지치고, 배도 고파서 서둘러 컵라면 하나씩을 그야말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당초 3박4일간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산상의 이유로 가급적이면 외식은 안하고, 불필요한 돈은 쓰지 말자고 네 식구의 결의를 모은 적이 있기 때문에 10여시간의 기다림에서도 컵라면 하나조차도 사먹지 않고 1000원에 3개 하는 아이스바 하나씩만 먹어둔 지라 컵라면의 맛은 그 어느 산해진미보다도 맛났습니다.


아참! 아이들의 성화로 준비해간 삼겹살을 바베큐 그릴에 구워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급적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해주기로 하여, 평소에는 기름 튀겨서 다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불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던 것을 이번에는 '그래, 너희들이 구워봐라' 맡겨버렸습니다. 어른인 나는 귀찮아 하는 것을 아이들은 왜 그리 즐거워하던지…

설거지를 마치고 우리 네가족은 바다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민박집에서 불과 300m정도 언덕을 내려가니 짙 푸른 바다가 우리 네가족에게 놓여있었습니다. 어슴푸레하게 짙어가는 저녁 나절의 바닷가는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도시의 막힘의 공간과 시간에서 놓여진 해방감이 우리 네가족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녁 나절의 바닷가 산책!

아이들은 마음껏 내달렸고, 그 어느 누구의 질책도 받지 않으며 소리질렀고, 연신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렸습니다. 사는 곳이 아파트이고, 사내아이만 둘이어서 쿵쿵 뛰는 소음에 종종 아랫집의 항의를 받곤 사과의 말을 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어서 집에서는 매번 '뛰지마라' '조용히 좀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그 시간만큼은 하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뛰고 싶은 대로 소리 지르고 싶은대로 내부려 두었습니다.

아니, 우리 두 사람도 어느새 아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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