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도서에 내걸린 법장스님 저자 사인회 현수막이종찬
그 업보란 다름 아닌, 내가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김규철형을 불러내 밤을 새워 술을 마셨던 그 업보였다. 아내 또한 그동안 그러한 일을 수없이 보아왔던 터라, 단박에 알았어요, 라는 말 한마디로 나의 외박을 승낙했다. 그리고 애들이 기다릴 텐데, 라는 여운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어이! 오랜만이오."
"미리 연락을 하고 온다는 게 깜빡했어요."
"내가 부산에 내려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박 사장한테 통화를 하니까 며칠 전부터 부산에 내려와 있다고 하더만. 경주 있을 때 꼭 한번 가 본다는 게 그만…."
영광도서 앞에는 "<사람이 그리운 산골이야기>의 저자 법장스님의 펜사인회"라는 현수막이 자그마하게 걸려 있었다. 현수막이 너무 작아, 하면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근처에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500cc 생맥주 한 잔을 비워냈다.
"책은 좀 나가요?"
"그럭저럭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는 편이에요. 하긴 단박에 많이 팔릴 그런 책은 아니니까."
"책이 좀 많이 팔려서 형도 허리띠를 좀 풀고, 법장스님 계시는 절에도 전기가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법장스님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마시던 생맥주를 마저 다 비운 뒤, 서둘러 영광도서로 향했다. 저만치 법장스님의 어정쩡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릿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승복을 입은 법장스님의 모습은 그날따라 어쩐지 꾀죄죄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