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폐교되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삼기초 전경최인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읍내에 있는 고산초등학교로 통폐합되도록 마냥 방관만 하지는 않았다. 큰 학교에 흡수돼 삼기초등학교가 흔적조차 없어지는 식의 통폐합은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규모인 인근 어우리에 있는 서초등학교와 동등한 통합을 시키고 교명도 삼우초등학교로 변경했다. 통폐합 대상 학교가 같은 통폐합 대상 학교와 통합한 사례는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의 '삼기초등학교' 사랑은 남달랐다.
그뿐 아니다. 학생은 통합해서 이웃 학교로 가지만 덩그렇게 남게 되는 학교 건물을 마냥 방치하거나 개인에게 넘어가도록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머리를 짜낸 것이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삼기초등학교 뒷편에는 많은 유물이 발굴된 옛 봉림사지 터가 있어서 잘만 꾸미면 부근의 전통사찰과 빼어난 휴양림 등과 어우러진 훌륭한 문화체험센터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았다.
삼기초등학교는 특히 그 위치상 변변한 문화 공간이 없는 완주군 동북부일대 즉 고산, 화산, 비봉, 경천, 동상, 운주 등 6개면 일대의 중심지여서 문화공간으로 꾸미면 6개면 일대 주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러나 재원마련이 문제였고 가칭 '완주전통문화 체험센터'로 탈바꿈시키려는 일부 주민들의 순수한 의도는 물거품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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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모르게 추진된 폐교 매각
그러던 어느 날 삼기초등학교 건물의 매각 공고가 완주교육청 인터넷에 올랐다. 주민들은 "이게 무슨 소린가?"하고 교육청에 문의했으나 통합 학교인 '삼우초등학교'의 개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이미 지난 4월에 전라북도 교육위원회의 공유재산 매각에 따른 의결까지 거쳤다는 입장만 확인했다.
주민들은 '이럴 수는 없다'는 심정으로 이곳저곳을 통해 알아본 결과, 교육청이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난 99년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폐교 재산 처분 때의 기본 방침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폐교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폐교 재산의 대부와 매각시에도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해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매각이나 양여 등 처분할 때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공익사업에 활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양여를 추진하도록 장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주 교육청은 폐교 재산 활용에 따른 이같은 대통령령과 시행령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매각계획공고를 낼 때까지도 사전에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거나 의견을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