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성당 회의실,학생들이 자체 회의를 통해 촛불집회를 결정하고 있다최인
초·중·고등학생들의 등교 거부 12일째인 오늘(5일) 오전 11시, 전북 부안성당에는 부안지역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 수십여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급 반장들이라고 했다. 대략 60여명의 학생들이 부안성당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누가 소집해서 모인 게 아니라, 학생들 자체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모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부안 중, 고등학교 반핵 민주연합’이라는 비공식 모임이 만들어 졌다. 이들이 모여 논의한 안건은,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반핵 촛불시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이유는, 자신들의 등교 거부가 외부에는 어른들의 압력 때문에 억지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청소년 주도의 촛불집회를 통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고등학생들, 자발적 등교거부 의지 표명
먼저, 청소년 주도의 촛불시위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 대한 표결을 통해 과반수 이상으로 촛불시위를 갖기로 결정했다. 촛불시위는 이제까지 어른들이 하던 것과는 달리, 청소년들이 모든 것을 주도하며, 집회 내용도 학생들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 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부안지역 7개 고등학교 가운데 연락이 된 4개 학교 반장들이 참석했으며, 참석학교 대표자들이 선출됐다. 이번에 불참한 학교 학생들에 대해서는 다시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촛불집회는 매주 월요일마다 연합해서 치르기로 결정됐으며,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집회 내용을 만들어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 준비기간을 갖기 위해 오는 15일 밤부터 첫 집회를 갖기로 했다. 촛불집회 때는 학생 신분임을 대내외에 분명하게 알리기 위해, 교복과 체육복 등 학생신분을 알릴 수 있는 복장을 갖추기로 했다.
부안고 2학년 김아무개군은 "다른 지역에서 볼 때 어른들의 압력으로 학생들이 등교거부에 따르고 있을 뿐인 것으로 생각하고, 정부에서도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자발적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정부에서도 학생들이 등교거부를 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그런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오늘 자체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산고 2학년 백아무개양도 "오늘 모임을 비공식적으로 갖는 이유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이같은 모임을 주도하는 학생에 대해서 수배령이 내려진다. 지난번 대책위원회에서 주관한 청소년 문화의 밤을 주도했던 친구들도 수배령이 내려져 피해 다녔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이런 모임을 갖기로 했다. 부안은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자라난 곳이다. 또, 우리가 성장해야 할 곳이다. 저희가 먼저 앞장서서 부안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이런 촛불집회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제 부안에서의 등교 거부는 더 이상 학부모나 ‘핵 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범 부안군민 대책위원회’가 정부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학생들 스스로, 부안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부안을 지키기 위해 무기한 등교거부를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범부안군민 대책위측이 밝힌 부안지역 46개 초, 중, 고등학교 전체 학생의 등교 거부율은 3일에 83.6%, 4일은 87.2%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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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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