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민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리고 김근태 의원. 그는 사흘간의 단식농성을 풀고 신당참여를 선언했다. '속 생각'을 알기어려운 김 의원의 행보는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그의 '석고대죄' 단식농성을 향해 "하려면 진작했어야지, 판이 다 끝났는데 무슨…" 하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1995년 통합민주당이 분당되고 국민회의가 창당될 때, 그는 통합민주당 사수와 국민회의 창당 사이의 중간에 섰다가 막판에 국민회의를 택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때는 후보단일화를 외치며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중간에 섰다. 그리고 올해 신당논의 과정에서 김 의원은 다시 신주류와 구주류의 중간에 섰다가 뒤늦게 신당행에 몸을 싣게 되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재야 지도자 김근태는 행동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예지능력을 가진 선각자였다. 그러나 정치인 김근태에게서는 행동으로 방향을 선도하고, 행동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신당이냐 민주당이냐를 묻는 사람들에게 '평화개혁세력의 단결'이라는 그의 말은 차라리 선문답에 가깝게 들린다.
그가 이렇게 정치적 진의를 의심받는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도 아니면 모'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굳이 자신의 독자적 위치를 설정하고자 하는 자기 집착에 뿌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가 설정했던 독자적 위치는 언제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지점으로 판명나곤 했다는데 그의 불운이 있다.
지난해 대선, 그리고 올해 신당논의에서 김근태 의원이 분명한 태도를 취해줬더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신당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흑과 백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분명한 태도를 취할 줄 아는 모습, 그것이 정치인 김근태가 국민속에 남고 신당이 순항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세 사람이 변해야 신당이 산다
김원기, 천정배, 김근태. 민주당의 신주류 온건파, 신주류 강경파, 그리고 중도파를 대표했던 세 사람이다. 민주당의 신당논의가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아니라 추한 집안싸움으로 비쳐지게 된 데에는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우여곡절끝에 결국 세 사람은, 아니 이들이 속해있던 세 집단은 이제 같은 신당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세 세람의 신당행보를 돌아보는 것은 새삼스럽게 지나간 일을 들추는 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다.
민주당내에서 이 세 세력은 윈-윈의 관계가 되지 못하고, 각자가 서로의 힘을 죽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 그래가지고는 신당이 성공할 수 없다. 천정배 의원은 제대로 변화의 목소리를 내며 쟁점을 선도하고, 김원기 위원장은 이를 최대한 수용하며 변화의 병풍역할을 해주고, 김근태 의원은 더 이상 중간지대를 고집하지 않고 화끈하게 밀어줄 때 신당은 성공할 수 있다. 세 사람의 분발과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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