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목사 1차공판 "장로들이 결의해서 지출한 돈"

등록 2003.09.09 15:27

수정 2003.09.09 16:27

▲서울지검 동부지청은 8월 14일 30여억원의 교회 자금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배임.횡령 등)로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를 구속 기소했다. 14일 저녁 7시 10분경 성동구치소로 향하는 김홍도 목사.오마이뉴스 권우성

9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동부지원 1호 법정(현사합의 1부. 재판관 이기택)에서는 김홍도 목사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서 김 목사는 횡령혐의 대부분에 대해 "장로들이 결의해서 지출해 준 돈"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늘색 수인복 차림의 김 목사는 불륜의혹이 있었던 배모 여인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는 "왜 지엽적인 걸 물어보냐"며 "더이상 답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검찰진술에서 자신이 "교회자금으로 매입한 남양주 땅에 아들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밤 12시까지 (조사)했는데, 무슨 소리를 어떻게 했는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금란교회 관계자들과 김 목사의 지인, 친인척 등 60여명이 법정에 나와 지켜봤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100여명이 지원을 지키고 있었으나, 재판이 끝난 후 교인들은 별 마찰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홍도 목사의 2차 공판은 9월 30일 속개될 예정이다.

검사 "기획위원회 결의 거친 돈, 떳떳할 수 있나"
김 목사 "교인 전부에게 자금내역 알릴 필요 없다"

이날 검사 측은 "김 목사가 교회 돈을 이용해 성경진리수호회 자금을 지원하고, 배모 여인과의 합의금을 지불했다"며 "MBC <시사매거진 2580>이 김 목사를 둘러싼 의혹을 취재해 방송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교회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교회 기획위원회나 실행위원회의 결의를 거쳐서 지급된 돈이고, 얼마전 교인들의 98%가 이를 찬성했다"며 "장로들이 알아서 합의한 것이라서 나는 잘 모른다"고 횡령이 아님을 주장했다.

검사가 "기획위원 50명이나 실행위원 7명이 교인 10만명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다시 묻자, 김 목사는 "미주알고주알 자금내역을 알릴 필요가 없다, 장로들은 교인의 대표이니 대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계좌추적에서 드러난 김 목사 개인의 돈 10여억에 대해서는 "비자금이 아니라, 내가 35년동안 부흥회 등에서 일해서 들어온 돈과 교회에서 지출한 선교기금 중 남은 돈 일부"라며 "이후 교회에 헌납했다, 나는 땅이나 집 하나 남은 게 없다"고 증언했다.

변호사는 피고인 김 목사의 약력과 교회활동, 가족관계 등을 확인하며 "교회를 부흥시켜온 신앙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목사를 반대하다 금란교회에서 축출된 곽모 장로, 유모 장로 등에 대해 "교회를 탈취하려는 사람", "사무국장에 발탁되지 못했던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변호사는 "김 목사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생각에 명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부족한 것에는 회개하고 죄를 받을 자세지만, 장기간 구속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다는 생각에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66세 나이로 당뇨병을 앓고 있고, 교인들 모두 목사의 조속한 석방을 바라고 있다"며 보석에 대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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