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깨는 선거3법이 핵심이다

[서영석 칼럼] 신당과 한나라당, 민주당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며

등록 2003.09.23 02:22수정 2003.09.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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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이전에 신당이 출범한 때문인지 정말 보기 힘든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법 통과를 놓고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렸던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국정감사장에서 공조(?)하는 희한한 모습들이 연출되기도 하고, 한밥솥 걸고 살던 민주당 잔류파와 신당간에는 서로 원수처럼 티격태격 하는 모습도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원래 찢어진 부부 사이가 아무 상관 없는 남들과의 관계보다 더 안 좋은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이니, 뭐 이해는 가는 일이지만, 국민들 사이에 이런 국회의원들을 대표라고 뽑았나 하는 한숨이 나오지 않을까 좀 걱정은 된다.

민주당 잔류파들은 기왕지사 헤어진 몸이니, 국정감사장에서 찰떡 공조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보였던 모범 정도는 본받는 자세도 필요할 듯 싶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그래도 탈당하는 이부영 의원 등에게 그렇게 막말은 하지 않았으며, 속마음이야 어떻든 서로 잘 되자고 덕담 주고 받지 않았던가.

물론 신당의 출현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잔류파들에게 대단히 기분 나쁜 존재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그 하나는 신당이 잔류파들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지역주의를 과감하게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서운했을 수도 있겠다는 얘기며, 다른 하나는 이들이 정치개혁을 구호로 내세움으로써 자연스럽게 반개혁세력처럼 자신들을 비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유독 기분 나쁜 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사단은 벌어졌고, 신당은 떨어져 나갔다. 자, 그럼 정치권은 이런 새로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그래도 국민들에게 정치인들을 뽑아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국고보조를 해 줘도 아깝지 않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인가. 정당들이 정작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당신네들 다음 총선에서 국물도 없어" "어디 성공할줄 알아"라는 식의 저주와 악담만 퍼붓는다고 그 상대가 그렇게 되기는커녕 오히려 이같은 원색적 욕설에 식상한 국민들로부터 거꾸로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개혁을 모토로 출발한 신당은 물론이거니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국민들이 어떤 정치를 원하고 있는가 하는 고민을 공유한다면, 최소한 국민들의 선거로 출범한 정부를 놓고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는 둥 하는 식의 저열한 협박 수준은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나 지지도가 현재 바닥이건 아니건 어쨌든 대선 당시 세가 불리하다고 누구나 판단했던 그런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했던 것은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정당 개혁을 통한 정치 개혁 여부가 여전히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은 어떤 환경에도 변할 수 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에서 보여준 민심의 변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변화와 개혁이 노무현 정권만의 전유물은 아니요, 더구나 신당만의 재산인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게도 개혁이 신당에 대한 공세보다 훨씬 중대한 과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개혁인가.

대단히 원론적이긴 하지만, 우선은 쓸데없이 돈이 많이 드는 정치풍토의 근절, 이를 통한 정경유착의 차단 등이 될 것이다. 이런 개혁과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다. 과거 정치의 패러다임에서는 국민의 자발성을 유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 돈으로 처발랐던 것 아니었나.

자발성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공천권 자체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바로 국민참여 경선제다. 국민참여 경선제가 어떤 위력을 발휘했던 것인지는 불과 1년여전 노무현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가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 기왕이면 그 방식을 좀더 발전시켜 국민들이 보다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각 당이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좋은 모습일 수 있겠다.

또한 신당이나 한나라당, 민주당은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의 개정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다소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이 좀 손상되더라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수용해,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제도적 정비 또한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만일 이번에도 정치권이 자기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선거3법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개정의견을 무시하고 개악을 한다면, 처절한 국민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괜히 할 일이 없어 정치권이 공갈을 치는게 아니다. 시민단체는 물론 네티즌들도 선거3법 개정과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영부영 그냥 넘어갈 성질의 것이 결단코 아니다.

지금은 국정감사 기간이니 원껏 행정부 감시에 열과 성을 다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신당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진정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정당개혁, 정치개혁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스스로 지지기반이라고 자부하는 지역의 유권자들도 그러한 정당에 투표하기가 부끄럽지 않을 터이다. 서로 약점을 붙들고 앉아 물어뜯는 이전투구를 중단하고, 국민의 여망인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이란 보다 본질적인 과제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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