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3권 불균형'의 나라

[고태진 칼럼] '조중동'은 진정한 권력 향해 비판 칼끝 겨눠야

등록 2003.09.27 10:35수정 2003.09.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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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이상해져 가고 있다. 비정상적인 '3권불균형'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물론 3권분립의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국회가 하는 일을 보면 본업은 제쳐두고 온통 행정부를 견제하고 공격하는 일 뿐인 것 같다.

요즘 국회에서 국정이나 민생에 관한 법안의 심의나 통과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 들리느니 장관 해임건의안이요, 대통령 비난이요, 임명동의안 거부다. 언제부터 국회가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이 주업이 되었던가?

그 뿐만이 아니다. 국회 다수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한나라당에 찍힌 장관은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이미 김두관 장관이 그만두었지만,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한나라당은 그 순서를 이미 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제는 최병렬 대표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송두율 교수 관련 발언을 두고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말"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강 장관은 아마 자신도 모르게 목을 쓰다듬지 않았을까? 이창동 장관도 별로 다르지 않다. 또한 최낙정 해수부 장관은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을 공개적으로 편들고 나섰다. 별로 장관직에 미련이 없는 건가?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것은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벌써 한나라당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장관 한 명을 쫓아내었고,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원장 임명을 거부하였다. 이유가 있긴 있다. 노 대통령과 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레임덕'이 아니라 '초전박살'인 셈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행정부를 이끌어 나갈 수가 없다.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도 갖고 국정원,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의 사정기관을 거느리고 있으니 아직 막강한 권력자라고 말하는 신문도 있다. 그러니 대통령을 계속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비판하고 싶은 것은 권력인가, 노무현 개인인가?

하지만 국군이나 이러한 사정 기관들이 아직 대통령의 권력에 이용되고 있다면 오늘날 대통령이 이토록 비참한 지경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전부터 그런 권력에 결탁해서 잘 살아온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검찰도, 법원도 안중에 없다. 자당 의원의 검찰 소환에는 불응하고, '안풍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자성은 없고 되려 법원의 결정을 비난한다. 안기부 자금 수백 억을 빼돌리고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들에게서 선거자금을 끌어 모아 쓴 사람들이 참여 정부의 부패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유사 이래 가장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남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들고 나와서 가장 보호해야 할 개인의 사적 기록을 공개적으로 까발리고 조롱해도 아무런 죄의식도 탈도 없다.

그걸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며 청문회라고 한다. 그게 무슨 청문회인가? 차라리 더러운 꼴을 봐도 참는 '인내력 테스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최대 권력 기관은 국회 다수 야당이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당도 포함된다. 한쪽은 자신들에게 대통령 선거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 힘없는 대통령에 대한 복수로, 한쪽은 자신들을 변변한 보상도 없이 버린 데 대한 복수로 서로가 의기투합하고 있다. 목표는 '식물 대통령' 만들기이다. 그래서 '이대로'를 구가하기 위함일 것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조중동'은 이제 진정한 대한민국의 권력을 향해 비판의 칼끝을 겨누어야 할 것이다. 이제 뮤지컬 한 편 제대로 못 보는 대통령,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통령, 행정부의 인사 하나도 마음놓고 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두들기에는 너무 싱겁지 않은가?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에 곧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김민석 전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큰 인물이다. 현재의 상황이 어째 작년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씨의 품에 안길 때와 상황이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바닥을 쳐야 상승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제껏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꾼 것은 국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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