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이 물들기 시작했다최윤미
영주로 가는 길에도 매미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논 중앙에 그대로 누워버린 벼들과, 볕이 부족해 거뭇거뭇 마르기 시작한 이삭과 고춧대들, 사과며 배들이 바닥에 나뒹굴며 썩어가고 있었다. 내륙이었지만 세찬 비바람과 불어난 개울물을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영주에 접어들어 풍기를 거쳐 부석사로 가는 길은 은행나무와 코스모스가 늘어선 아담한 아스팔트 양편으로 사과나무가 지천이었다. 피해가 빗겨갔던지 키 작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들이 수줍게 붉었다. 연하게 흘러드는 사과 향기가 가을을 몰고 오는 듯 느껴졌다.
부석면 끝자락의 차가 갈 수 있는 막다른 길에서부터 부석사로 가는 흙길은 시작되었다. 일주문을 지나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을 정도의 경사진 길을 따라 키 큰 은행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하늘을 가린 은행나무 터널을 걷는 10분, 20분 동안 한발 한발 디딜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앓는 사람들이 이 길을 오른다면 지친 마음도 너그러워지고 아픈 마음도 나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