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열린 날, 땅에 울린 ‘천년의 소리’

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 타종식...전통문화행사 '다채'

등록 2003.10.04 09:20수정 2003.10.04 10:39
0
원고료로 응원
개천절인 3일, 경주국립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 일명 에밀레종)이 천년고도 서라벌 땅에 신비한 소리를 18번 울렸다.

신라복식을 한 박물관 직원 두분이 타종하고 있다
신라복식을 한 박물관 직원 두분이 타종하고 있다우동윤

경주국립박물관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가을 한차례씩 종소리의 진동과 음향신호를 측정해 종의 상태를 파악하고 과학적 보존과 관리를 기하기 위해 이같은 타종식을 갖는다.


이날 타종식은 백상승 경주시장과 박영복 국립경주박물관장 등 지역인사와 많은 관람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타종식 내내 잔잔한 국악 선율이 박물관 주위를 감돌았다
타종식 내내 잔잔한 국악 선율이 박물관 주위를 감돌았다우동윤

오전 8시 50분, 흥겨운 사물놀이의 장단으로 시작된 타종식은 헌향(獻香)과 헌다(獻茶), 시민들의 헌화(獻花)로 이어지면서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쌀쌀한 초가을 아침 날씨 속에서도 천년의 소리를 듣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준비한 국화를 신종에 바치고, 경건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관람객들이 신종에 헌화하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관람객들이 신종에 헌화하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우동윤

오전 10시 정각, 종각에 설치된 당목이 자신의 몸을 두드리자 신종은 1년간 감추어온 길고도 신비한 울음을 토해냈고 울음은 한참동안이나 지속되며 긴 여운을 만들어 냈다.

낮고도 장중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종 주위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저마다 휴대한 캠코더와 녹음기에 종의 모습과 소리를 담았다.


이날 타종은 불가(佛家)에서 매일 오시(午時)에 속세의 108번뇌를 끊기 위해 108번 종을 치는 것을 줄여 모두 18번 이뤄졌다.

타종식 후 열린 강연에서 김석현 강원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는 신비한 종소리의 비밀을 맥놀이 현상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맥놀이 현상이란 두 개의 다른 진동이 서로 간섭하며 주기적으로 증폭돼는 현상을 말하는데, 당목이 종을 두드릴 때 나는 저음의 1차 진동음이 끝까지 유지되며 여기에 2차 진동음의 변화가 어우러져 이같이 신비스럽고 장중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이날 타종식과 함께 다채로운 전통문화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타종이 진행되는 동안 종각 앞 잔디밭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살풀이춤이 공연돼 신비로운 종소리와 함께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타종식 후 뒷풀이에서는 처용무와 사물놀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부대행사로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비천상탁본, 스탬프 찍기, 신라전통차 시음회 등이 진행됐다.

날아갈듯한 춤사위가 종소리의 여운과 함께 애잔하다
날아갈듯한 춤사위가 종소리의 여운과 함께 애잔하다우동윤

살풀이
살풀이우동윤

처용무
처용무우동윤

신라차시음회도 열렸다
신라차시음회도 열렸다우동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감 10개에 5천원, 싸게 샀는데 화가 납니다 단감 10개에 5천원, 싸게 샀는데 화가 납니다
  2. 2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3. 3 대학가 시국선언 전국 확산 움직임...부산경남 교수들도 나선다 대학가 시국선언 전국 확산 움직임...부산경남 교수들도 나선다
  4. 4 해괴한 나라 꼴... 윤 정부의 낮은 지지율보다 심각한 것 해괴한 나라 꼴... 윤 정부의 낮은 지지율보다 심각한 것
  5. 5 '유리지갑' 탈탈 털더니...초유의 사태 온다 '유리지갑' 탈탈 털더니...초유의 사태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