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들이밀자 욕조 속에 숨은 큰 아이최인
8년이라는 시간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 기간동안 별 탈없이 커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아이 엄마 역시,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비디오 카메라 기종이 옛날 것이니, 기종이 없어지기 전에 비디오 테이프로 옮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아! 사람들이 그래서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구나, 기록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에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크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이제부터라도 다시 틈나는대로 아이들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첩속에서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것과,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서 생생한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며칠전은 우리 부부의 결혼 15주년 기념일였다. 결혼 15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15년을 살아 오면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또, 잃었다면 무엇을 잃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정작, 10주년때와는 다르게 기억에 남는 세리모니 가지려고 했던 15주년 결혼 기념일은, 큰 아이가 중간고사를 보는 날이어서 취소했고, 오히려 사소한 일 때문에 냉전 상태로 결혼기념일 저녁을 보냈다.
아침, 우리는 작지만 큰 행복을 맛보았다. 함께 살아있다는 것, 아이들이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저렇게 커 있다는 것,
'우리 애가 갑자기 작아졌어요’가 아니라 갑자기 커진 것처럼 느껴지게 했던 비디오 카메라 테이프는 우리에게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 15년 후, 결혼 30주년 기념일 때는 어떤 일로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그때, 큰 아이는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빠르면 손자 녀석도 안아 볼 수 있을테고.
15년이 또 지나, 그 자리에 지금 내가 있다면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무심한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오늘도 눈에 띠지 않게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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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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