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삼보일배에 참여하면 안 되나?

등록 2003.10.08 14:00수정 2003.10.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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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는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인가?

최근 전북 부안에서 전주까지 진행되고 있는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삼보일배와 얼마전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위한 삼보일배 때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당시 새만금 갯벌 살리기 삼보일배에 참여했던 이희운 목사는 이러한 교리논쟁을 피해가기 위해 자신은 ‘삼보일도’, ‘세 번 걷고 한번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부안 위도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부안주민들의 삼보일배 행렬에도 기독교인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전북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기독교인이나 기독교 단체의 이름으로 삼보일배에 참여하는 것은 신앙상 허용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또 기독교단체가 삼보일배에 참여한다는 것도 개인 참여도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 협의회 관계자는 ‘삼보일배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기독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안지역 일부 교회도 ‘핵폐기장을 반대하지만 삼보일배에 참석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삼보일배에 두 번째 참여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는 삼보일배가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억지"라며 "삼보일배는 낮은 곳에 자신을 두며 자신을 뉘우치는 참회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화를 누르고 잘못을 뉘우치는 이 행위야말로 기독교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북기독교교회협의회의 주장과는 달리 전북 도내 일부 청장년층 목회자들은 사전적 의미로도 예배(禮拜)는 ‘신이나 부처에게 공손한 마음으로 절하는 일 또는 기독교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와 찬송으로 하나님에 대한 숭경(崇敬)의 뜻을 나타내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며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보일배의 대상이 중요하지, 절(拜) 자체를 가지고 단순히 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와는 벗어난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십자가가 보이는 삼보일배 행렬
십자가가 보이는 삼보일배 행렬참소리
삼보일배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기독교인들은 "삼보일배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일부 개신교 단체의 주장이 발표됐지만 부안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들고 나와 열심히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면서 일부 목회자들의 주장에 대해 "부안에 한 번도 오지 않은 목회자들이 부안 군민들의 고통과 신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교리만을 내세운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목회자들도 ‘삼보일배’가 기독교 교리에 어긋난다는 교회협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부안 주민들의 삼보일배는 그 행위를 ‘종교적 행위’로 본다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부안 주민들의 삼보일배 행위는 어떠한 종교적 의식이 아닌 부안 주민, 자신들의 삶, 생존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연 이들의 행위에 대해 누가 종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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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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