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터넷 소설의 일반 소설에 대한 차이점과 특징
인터넷 소설은 일반 소설에 비해 상당한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며 발전하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소설의 작가가 10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10대이면서 여학생이 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문학지에 글을 실어본 적도 없던 작가들이었을 뿐 아니라, 이름도 없던 무명의 사람들이었다.
인터넷 소설은 펜을 손에 든 사람들 뿐 아니라, 내 옆의 동생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신분, 계층, 나이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설 쓰기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요 작가들을 살펴봐도 그런 현상을 감지할 수 있는데, <그 놈은 멋있었다>의 고등학생 귀여니, 동아대를 중퇴한 <옥탑방 고양이>의 김유리, 공학을 전공으로 삼았던 <엽기적인 그녀>의 김호식 등은 기존의 생각으로는 전혀 글을 쓴다고 생각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두 번째 특징은 인터넷 소설이 일인칭의 시점으로 쓰여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소설은 다양한 시점을 통해 표현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소설은 1인칭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인터넷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다미의 세계>는 초등학교 3학년인 다미의 관점에서 엄마, 선생님 등을 바라보고 있다.
1인칭 소설이 갖는 강점은, 마치 일기를 쓰듯 자유스럽고, 자연스런 글의 흐름에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개인간의 T사소한 특성이 중요한 코드로 대두되는 것으로 말미암이 그에 맞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 탄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편안하게 작가의 글을 접하게 되고, 그의 글이 자신의 처지와 상황과 별 다를 것 없다는 동질감 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이들 소설이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소설은 돈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안에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소설을 즐길수 있다. 독자들이 카페에 올려져 있는 글을 읽고, 그리하여 그 소설이 인기를 얻으면 오프라인 상에서 출판된 것이 우리나라 인터넷 소설이 출판경위다. 인터넷 소설은 누구나 소설을 좋아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열려있다.
네 번째 특징은 기존의 오프라인 소설과 다른 형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인터넷 안에서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의 경우는 오프라인 소설과 비슷한 유형의 글쓰기를 보이고 있지만, 10대들의 작품들을 보면, 이모티콘의 사용으로 감정의 표현을 간결하고 재밌게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인터넷, 휴대폰 등에 대한 빠른 문화적인 적응현상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지루하게 길게 표현하기보다는 짧고 빠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또한 예전시대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로 말미암아 풍부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그들의 특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외의 특징으로는 자연의 묘사나 생각의 정렬 등을 나열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른 대화의 다량 삽입을 시도하여, 영화의 한 장면,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장면의 전환이 빨리 진행되는 속도감을 맛보게 된다.
"일일이 일기쓰기 귀찮아 후딱 넘겼음. -.- 여러분도 은성이가 빨리 등장하는 걸 원하시죠?"
- 귀여니, 그 놈은 멋있었다 중 -
위의 내용을 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식의 글쓰기는 이햇님의 소설 <내 사랑 싸가지>에서도 나타나는데, 소설인지, 자신의 얘기인지 명확한 구분을 짓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소설의 무게감을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소설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새롭고 다양한 장치를 삽입하여 독자를 웃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옥탑방 고양이>는 소설 중에, 순위에 따른 내용 전개를 넣기도 하고, 문제를 제시한 후 답을 개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소설의 형식 파괴가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4. 인터넷 소설의 문제점
인터넷 소설은 현재 10대들의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출판된 소설은 상당한 양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하여 소설 베스트 셀러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인터넷 소설의 위력을 보여주는 현상이 바로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은 모두 성공했던 관계로 앞다투어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인터넷 소설이 가지는 문제점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런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인터넷 소설의 문제는 소설 대부분이 로맨스를 위주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다음 카페에서는 귀여니를 따라가고 싶어하는 무명의 고등학생들이 올린 로맨스 소설로 넘쳐나고 있다. 이 소설들은 10대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 안에 사랑과 우정이라는 요소를 섞어 로맨스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설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감정에 치우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사건 전개 또한 사소한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작가층의 등장으로, N세대들만의 행동유형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는 하나, 작가로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자신만의 색깔과 가치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단점도 있다. 또한 내용전개에 있어, 허구적이고, 허황된 이야기가 많이 돌출 되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관에 어긋나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그리는 아마추어리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야!!걔랑 같이 차타고 오는동안에 쌀벌해서 너한테 전화두 못했다!내가 왜지금 전화했는데!!!걔가 운전하는데 나오늘 속으로 유언까지 생각해써써!! 무슨 총알택시두 아니구..-_-" "
- 귀여니, 그놈은 멋있었다 중-
고등학생은 운전을 할 수가 없다. 허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글을 보면, 그것에 대해 작가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현주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성이 없는 아이가 등장하고, 가출 소녀가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등 민감한 사안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으나 어떤 비판적인 의식 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그 외에도 10대들은 술을 먹을 수 없게 되어 있으나, 소설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외에도 학교에서 친구들간의 싸움이 벌어져도 선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 등 너무나 청소년들의 시각에서만 쓰여져 일반인들의 동감을 자아내기가 어렵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이야기는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인터넷 소설이 10대 들에서만 유행하는지도 모른다.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으로 사회문제나 인권, 부조리에 대해 아우를 수 있는 작가,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소설의 한글 파괴 현상이다.
"서울에 안 살아도 신림동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 거의 엄슬 껌미다"
- 김호식, <엽기적인 그녀> -
그래도...눈물이 나는걸 어뜨케해....T^T...훌쩍.."
"으이구...이 찔찔아....작작좀 울어라. 그 표정도 쫌 어뜨케 해보고..."
- 이햇님, <내사랑 싸가지> 중 -
인터넷과, 핸드폰에 익숙한 세대들은 한글의 맞춤법을 지키며 글을 쓸 시간이 없는 걸까? 위의 <엽기적인 그녀>, <내 사랑 싸가지>는 단어에 있는 받침을 다음 음절로 올려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 대부분은 한글파괴가 두드러진 작품이 많았다. 귀여니의 소설은 모두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나이가 어린 작가들 사이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인터넷 소설이 오프라인으로 출판된 소설의 경우, 1987년 생 이하의 작가들 소설, 예를 들면, <뽀대나는 놈>, <하루만 사랑해>, <중림 공고 그 녀석>, <너무 멋진 그 녀석>들은 모두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 소설들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발음 나는 대로 쓰기, 이모티콘 사용, 줄임말 쓰기 등등 유행을 좇아가는 형태를 많이 보이고 있다.
어떤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해, 생각해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말들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한글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인터넷 소설에 대한 안티 사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소설 대부분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소설은 오프라인으로 출간된 소설을 기준으로 하면 1/3 수준에 머문다. 어린 나이에 소설을 쓰는 작가일수록 그런 성향이 두드러져 보인다는데, 그것이 그 나이 또래들이 핸드폰으로 짧고 간결한 문자 보내기에 익숙한 편이며 또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글을 쓰는데 작용한 듯 하다.
그러나 20대 초반이나 10대 후반의 작가들은 오프라인 소설과 같이 이모티콘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쓰더라도 아주 적은 비율로 사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에 머무를 것이 아니고 인터넷 안에서 만연된 한글파괴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언어 평가 등급별 분포 : 1등급 50%(199표), 2등급 26%(103표), 3등급 12%(49표), 4등급 12%(46표). 전 회원들이 대체로 어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다고 보이는 1·2등급의 사이트가 76%(302표)로, 예상과는 달리 적어도 문학사이트의 경우 인터넷상의 언어 파괴가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민족문학작가회의 보고서 중 -
소설이 흥미 위주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의미도 변했다. 과거 독서는 지혜와 폭넓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많이 장려되었다. 그래서 학생 신분에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책을 무엇인가 얻기 위해 읽지 않는다. 공부하는데 머리를 좀 식히고, 기분전환을 위해 만화책을 보고, 환타지를 읽는다.
10대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인터넷 소설 또한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재미있지 않으면 이들에게서 외면을 받기 때문에 시선을 끌기 위해 과도한 설정, 엽기적인 상황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PC통신상에서, 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그렇게 엄청난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을 자극하는 '엽기' 코드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또한 만만치 않아, 고등학생이 과외선생과 나이가 동갑인 것으로, 그리고, 학교에서도 공부 보단 싸움으로 우상이 되는 그런 설정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흥미를 유발해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 이상 소설이 갖는 영향력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즉, 재미는 있는데, 정작 머릿 속에 남는 것은 없는 그런 소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설에 거는 기대가 있다.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외면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 인터넷 소설이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흥미와 함께 생각할 것들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흥미를 충족할 만한 것들은 널려 있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으나, 최소한 의미 있는 작품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터넷에 기반을 둔 소설가들의 당연한 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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