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평등의 포털 사이트를 보고 싶다

여성은 주부라는 정보 분류 여전해

등록 2003.10.10 04:49수정 2003.10.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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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가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회 각계의 많은 노력들이 있으니 곧 폐지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가 여성 지위의 급상승을 의미하는 건 아니고, 남성 사고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도 아직은 어렵다. 호주제는 수많은 여성 차별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는 쉽게 변하지 않으려 할 게 분명하고 성차별의 문제를 법의 테두리 안에 온전히 묶는 것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양성 평등으로 가기 위해 사회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하지만 여기에선 웹에서의 성차별 문제 하나만을 짚어 보려고 한다.

모든 이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는 공간 인터넷. 성별이나 나이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오프라인과는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공간. 하지만 오프라인의 엄청난 위력 때문인지 성차별적인 요소는 웹의 공간 곳곳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의 메뉴 구성과 디렉토리 분류를 비교하면서 성차별의 요소들을 살펴 보자.

웹 디렉토리나 메뉴는 과거나 미래의 사용자가 아닌 현재 사용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충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여성 주부가 남성 주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육아나 가사 활동에 대한 정보의 필요성과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분류 자체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차별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면 지체 없이 변경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바꾸지 못했던 구시대의 악습들을 온라인에서 먼저 실천하고 개혁해 왔으며 그런 노력들은 오프라인 사회를 변화시켰다. 온라인의 힘은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온라인 문화를 선도하는 포털 사이트들이 먼저 실천해 주었으면 하는 몇 가지 지적 사항들을 열거해 본다.

네이버 디렉토리 여성 분류
네이버 디렉토리 여성 분류이강룡
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이하 야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의 분류다. 다음이나 야후가 여성과 남성의 관심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여성'을 '가정' 항목과 함께 묶어 동일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가정, 가사, 육아= 여성 이라는 등식에서 나온 것으로 그다지 올바른 분류 방법이 아니다. 더구나 '남성' 카테고리는 가정, 여성 카테고리 하위에 있다. 가정 하위에 아버지, 어머니 항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엠파스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가족, 가정 카테고리 하위의 '아버지', '어머니/주부' 라는 분류가 눈에 거슬린다. '어머니/주부' 하위에는 가사 활동과 식품, 음식, 육아 등의 항목이 모두 포함돼 있는 반면 '아버지' 하위에는 눈을 씻고 봐도 가사와 관련된 항목은 없고 대신 기러기 아빠, 동호회, 아버지 학교 등이 보일 뿐이다. 실로 가부장적인 분류다.

다음과 야후 모두 여성 카테고리에는 '주부/어머니'와 같이 '주부= 어머니' 등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있는데 '주부(전업주부)' 항목도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


각 포털 사이트마다 디렉토리 서비스 외에 여성 대상의 별도 콘텐츠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데, 개선해야 할 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다음의 여성 섹션 '미즈넷', 네이버의 '미즈네', 그리고 생활, 편의서비스와 같은 범주로 묶은 '야후 생활 정보' 모두 딱히 차이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결 같다.

다음의 미즈넷 메뉴를 보면 미즈토크·패션뷰티·요리맛집·임신육아·웨딩·다이어트 등 여성 수요자를 위해 친절하게 공급되는 서비스들이 가득하다.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이 멈출 리는 없는 것일까. 적어도 이렇게 여성 종합 선물 세트로 묶어야만 할까. 오프라인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여성에게 성형과 다이어트를 권하고 육아와 가사를 강요하는 건 우리 사회 현실 그대로다.

양성 평등의 포털 사이트를 보고 싶다. 디렉토리 분류와 메뉴 구성 먼저 바꿔 버리자. 온라인이 변하면 오프라인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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