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多景島)에서 내려다 본 비와코, 바람이 불어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장영미
그렇다고하여 비와코가 금새 되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1983년 9월, 남조(藍藻)라 불리는 식물 플랑크톤이 초록색 페인트를 쏟아놓은 양 수면 위에 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정수시에도 걸러지지 않고 남아 수돗물에서 이상한 맛과 냄새를 일으키며, 인체에 해로운 독소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후 시민운동 단체에 의해 하수도와 정화조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당시 시가현의 하수도 보급률은 10% 정도로 생활폐수가 그대로 비와코로 방류되고 있었다 한다. 그때부터 ‘합병정화조 보급운동’이 시작되어 1988년, ‘30년 전의 비와코로 되돌리기 위해 가정배수오염을 1/10로 줄이자’는 청원서명운동이 벌어졌고, 1996년 3월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합병정화조 의무화 조례’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에 비와코 살리기 운동으로 모인 사람들이 1990년 ‘시가현 환경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생활자 입장에서의 환경운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한다. 비누운동, 폐식용유 재활용, 합병정화조 보급운동 등이 모두 이들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 시민운동 사례들이다.
크고 오래된 호수 하나 보러와서 별 복잡하고 심각한 생각을 한다 싶기도 했지만 생활폐수와 공업폐수로 오염된 강과 호수가 어디 비와코 뿐이겠는가? 미국의 오대호와 같이 큰 호수의 오염문제를 들지 않더라도, 가까이 한강이 그러하고, 소양호가 그러하고, 우리 동네의 작은 호수가 그럴진데 말이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비와코의 다른 절경들보다도 ‘비와코가 과연 얼마나 깨끗해졌을까, 아니면 얼마나 더러울까?’하는 것이었다. 나는 수질조사대원도 아니고 수질전문가도 아니니 그 큰 호수가 얼마나 더러운 것인지 육안으로 알 길은 없었다.
보기에는 여느 호수나 -아니 바다같이 넓어서- 여느 바다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보트를 타는 사람들, 요트를 타는 사람들,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여유로워 보였고 내 눈엔 적조나 남조 플랑크톤 같은 것은 띄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2003년 9월 3일자 교토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비와코가 여전히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와코에 폭 3m, 길이 12m의 남조 플랑크톤 발생. 올 해 2번째’
시가현이 베드타운화 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게다가 각종 산업체들이 들어서면서 비와코의 오염이 나아지기는커녕 심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환경보전과 개발이 이율배반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유람선을 타고 비와코 내에 있는 다케시마(多景島)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