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38

세상에 이럴 수가…! (7)

등록 2003.10.15 12:42수정 2003.10.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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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력쇄혼독은 독은 독이로되 그 성질이 여타 독과 다르기에 장일정이 지니고 있는 생사잠(生死簪)으로도 해독되지 않는 그야말로 신기한 독이다.

어쨌거나 위기 상황임을 주지시키면서 시간을 끌면 철기린은 점점 더 무력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의와 남의 운운하면서 북명신단을 만들 수 있으며 치료는 물론 전대미문의 공력을 지닌 절대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 즉각 달려들 것이다.

이때 유대문과 왜문을 말살시키는 조건을 걸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때 내 생각이…?"
"세상에…!"

장황한 설명을 들은 호옥접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재 무림천자성에게 있어 유대문과 왜문은 강력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이면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휘하 문파이다.


그런 그들을 철기린 하나 때문에 모조리 죽일 것이라 생각한 장일정이 순진해도 너무 순진하다 생각한 것이다.

만일 철룡화존 구부시에게 아들이 하나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철룡화존에게는 철기린 이외에도 무언공자라든지 다른 아들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의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룡화존이 스스로 힘을 줄일 리 만무하다.

따라서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구부시는 철기린 대신 무언공자를 차기 성주로 다시 임명할 것이다. 이 경우엔 아들 하나만 잃게 된다. 그러나 유대문과 왜문을 말살시키면 사정이 달라진다.

무림천자성의 그늘 아래 안주하고 있는 정파 소속 문파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며, 불신감이 팽배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림천자성의 권위는 물론 힘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누가 성주라 할지라도 철기린을 포기할 것이 자명한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장일정의 태도가 어이없었던 것이다.

"왜? 내 생각이 뭐 잘못 됐어?"
"참, 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 뭐가 어때서?"
"그럼요.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현재의 무림천자성은…"

호옥접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장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 번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 계산에 넣는 그녀의 치밀함에 감탄한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장일정의 태도로 미루어 자신의 말이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는지 호옥접의 안색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 말이 맞죠?"
"흠! 접매의 생각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맞으면 맞는 거지 맞는 것 같은 건 또 뭐예요?"
"흠! 접매의 생각에 일리가 있다는 말이지. 그건 그렇고 내 생각엔 말이야. 어차피 우리가 북명신단을 복용할 수 없다면…"

고집 센 사람을 말할 때 흔히들 당나귀 고집이라는 말을 쓴다. 당나귀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힘이 좋은지 한번 버티기 시작하면 웬만한 장정은 아무리 끌어도 꼼짝도 않는다.

장일정이 그러했다. 호옥접이 한 말에 전적으로 수긍을 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뭐 어차피 우리가 북명신단을 복용할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북명신단을 먹여줄 테니 왜문과 유대문을 없애달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아까도 말했잖아요. 구부시가 철기린을 포기하면 그만이라고… 차라리 아부가문의 오사마나 월빙보의 후세인을 찾아보세요. 그들은 무림천자성이라면 이를 갈 사람들이니 유대문이나 왜문을 없애달라는 우리의 조건을 들어줄지도 모르잖아요. 아니면 아예 일월마교주나 화존궁주를 찾아가 보던지요."

"하하! 그건 안 되지. 무림천자성의 녹봉을 받으면서 어떻게 포악한 성품을 지닌 그런 놈들에게 그 귀한 것을 줘? 그놈들에게 주려면 차라리 지나가는 개한테나 주겠어."
"어휴! 정말… 몰라요!"

호옥접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장일정이 괜스레 미워졌다.

사숙인 북의가 생명을 바쳐가며 만들고자 했던 북명신단이다. 그렇기에 외인에게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하여간 그렇게 알고 있어. 유대문이랑 왜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알았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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