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통합신당 의원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와대가 정치적 여당인 통합신당과의 논의없이 파병 방침을 결정한 것을 계기로 통합신당 소장파 의원들의 대(對)청와대 대응수위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만약 청와대가 전투병 파병에 찬성할 경우 이들은 청와대 안 '친미파'의 경질을 강도 높게 요구하며 대(對)정부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임종석 의원은 19일 정부가 끝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날 낮부터 '국회의원직을 건 단식'에 돌입했다.
임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한 상황에서 나는 전투병 파병이 가져올 감당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해 미력하지만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단식에 돌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단식을 포함해 나의 이런 모습이 무모함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젊은 정치인의 양심적 실천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 의원은 "유엔 결의가 이라크 파병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못박은 뒤 "결의안이 통과된 후 파키스탄은 곧바로 파병불가 입장을 밝혔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유엔결의에 찬성하고도 파병도 재정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파병을 결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정부의 왜곡된 국익관을 비판했다.
김성호 의원도 당내 다수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로 "여당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파병 원칙을 결정한 청와대 관련자에 대해 강력히 경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무조건 파병론'을 주장한 한승주 주미대사의 경질을 청와대에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이같은 과정이 되풀이될 경우 관련 청와대 수석의 경질을 강력히 촉구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가 전투병 파병을 결정할 경우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은 앞으로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김 의원은 다음주 중 파병반대 시민단체와 협력해 파병반대 국민운동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기 "파병 방침 사전에 알고 있었다"
한편, 김원기 통합신당 주비위원장은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의 파병 방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혀, 노 대통령의 "공론조사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발언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정치적 여당과 사전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 김근태 원내대표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지도부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사 위원장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파병 문제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어떻다는 것은 사전에 알았었다"면서 "내용이나, 결정 사항에 전투병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나 규모나 시기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의 요청도 있지만 국민의 뜻을 살피고 국회가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는 경우 지원토록 해 연내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것 같지 않다"며 청와대 결정이 크게 문제가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그에 대해 정보를 접하고 반대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해,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는 이 사실을 김근태 원내대표와 상의하지 않은 점에 대해 "정보만 접했고, 발표한 것에 대해 당으로서 입장 정리는 심층적으로 토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범여권 인사인 김원웅 개혁당 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의 파병방침 발표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채 결정함으로써 한미관계의 종속적 성격을 또 한 번 극명하게 드러낸 결정"이라며 청와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다국적군은 국제법상 평화유지군이 아니고 단순히 점령군에 불과하며, 이라크 저항세력이 다국적군도 공격 대상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도 우려할 사항"이라며 "미국이 이른바 애국주의 열광을 받으며 시작한 침략 전쟁에 그들의 자녀들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생명이 아까워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를 흘리게 할 권리를 갖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의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움직임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은 19일 이르면 내달초 교섭단체와 국회의장, 국방위원장 등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국회조사단을 이라크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한국군의 생명과 바꿀 국익은 없다" | | | 임종석 의원, 단식농성에 앞서 입장 밝혀 | | | | 다음은 임종석 통합신당 의원이 '단식농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밝힌 입장 전문이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절대 안된다 - 국회의원 직(職)을 건 단식을 시작하며
10월 18일,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한 상황에서 저는 전투병 파병이 가져올 감당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해 미력하지만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끝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단식을 포함하여 저의 이런 모습이 무모함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젊은 정치인의 양심적 실천으로 이해되기를 바랍니다.
1. 10월 18일 있었던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정부 정책결정과정의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중대사태입니다. 이는 대통령이 불과 며칠전 파병문제를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뒤집고, 왜곡된 국익관과 사대주의적 국가관에 사로잡힌 외교․국방라인의 주도로 이루어진 불행한 결정이자 상식과 절차를 무시한 것입니다.
2. 이라크전쟁은 명백히 불법적인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며,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게릴라전 형태로 바뀐 채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유엔결의가 이라크파병의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의안이 통과된 후 파키스탄은 곧바로 파병불가 입장을 밝혔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유엔결의에 찬성하고도 파병도 재정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후 파병을 결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3. 현재 정부내에서는 사단 규모의 전투병을 미국 101공중강습사단을 대체하여 이라크 북부 모술에 파병한다는 것을 사실상 확정하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에 대한 원칙적 결정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치안유지와 이라크 재건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외교, 국방 관계자들의 발언은 명백히 국민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4. 전투병 파병으로 예상되는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모술지역은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고 한국군이 파병된다면 미군 2만 2천명과 교체투입되는 것입니다.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미군이 당한 피해 못지않게 한국군의 피해가 예상되고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의 반미저항(테러)조직의 다국적군에 대한 테러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늪에 대규모의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는 전투병 파병을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국 군인의 생명과 바꾸어야 할 국익이란게 대체 무엇입니까?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국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의 생명입니다.
5. 이라크 현지조사단 파견, 국민여론수렴에 기초한 결정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 국회의원 선서에 명시된 국회의원의 직무를 다하기 위해 양심을 걸고 행동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세계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국회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행동하겠습니다.
2003년 10월 19일 국회의원 임종석 | | | | |
<1신: 19일 오전 11시40분>
김근태 "이라크 파병은 신중치 못한 결정"
정치적 여당임을 자임해 온 통합신당 안에서 파병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현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는 19일 개인 명의의 성명을 내어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로서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입장임을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다짐한 바 있는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특히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파병 결정을 한 것이 신중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국회차원의 충분한 논의와 국민여론 수렴 절차가 요구된다"면서 이라크 현지조사단 파견에 정부가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반대'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의 결정이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한 점, 국정운영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통합신당과의 논의가 부재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대표는 "스스로 정신적인 여당으로 자임하고 국정운영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겠다는 통합신당과의 아무런 사전 의논없이 결정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청와대 쪽에 섭섭함 감정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파병 반대의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통합신당 내 초선 의원들도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석 의원은 지난 18일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은 최악의 선택'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여론을 고려한 신중한 결정을 하겠다는 정부의 기존입장이 갑자기 변경된 배경이 무엇인지 의아할 뿐"이라며 "이는 최소한의 공론절차와 국민여론을 무시한 최악의 선택이자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또 "세계 앞에 당당하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포기한 채 쫓기듯이 파병을 결정하고 미국으로부터 동맹국으로서의 지위를 구걸하는 듯한 행동은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역사의식의 실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임 의원은 "외국의 전쟁에 국군을 파병할 것인가의 문제야 말로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국가안위에 대한 중요정책"이라며 "명분도 실익도 없으며 오직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투병 파병을 반대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의원도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황제가 칙서를 구체적으로 내리지도 않았는데도 미리 알아서 파병하자고 떠드는, 미국인 보다 더 미국적인 한국인 관료들에게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는 모양"이라고 비꼬며 정부내 파병 찬성론자들의 친미적 태도를 비판했다.
송 의원은 "국내에 반대가 들끓어야 미국에게 한 개라도 더 양보를 얻어낼텐데, 알아서 보내자고 난리고 오히려 대통령이 이를 막는 형편이니 이것이 진정 국익을 위한 외교인지 청와대와 정부의 친미 파병 찬성론자들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조건 파병 찬성론'을 역설해 왔던 한승주 주미대사를 겨냥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부시 황제폐하의 노여움을 살지 모르니 알아서 째째하게 조건달지 말고 무조건 파병하자고 난리"라며 한 대사를 경질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파병 원칙이 이미 결정된 만큼 비전투병을 파병할 수 있도록 미국 쪽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은 "UN 결의안 때문인 것 같은데 아직 한국군의 규모나 역할, 전후 복구 등의 문제 등이 남아있는 만큼 의무부대와 공병부대를 관철시키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핵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우리 국익에게도 도움이 되므로 좀더 토론하고 논의하자"고 말했다.
장영달 의원도 전투병만 파병할 경우 베트남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전투병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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