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에 학생 볼모 우려

경남도 선관위, 불법 선거 무더기 검찰 고발

등록 2003.10.22 18:52수정 2003.10.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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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예정인 경남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유력 예비후보들과 줄서기에 나선 현직 교원들의 불법 선거 운동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일부 현직 교육청 간부와 교사들이 무더기로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섰다가 검찰에 고발되는가 하면, 일부에선 학생을 '볼모'로 한 불법 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남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아주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는 불법 부정 선거 운동 현장을 들여다봤다.

자녀를 볼모로 한 선거운동

"내 자식의 담임 선생 남편인데 어떻게 입 밖에 내겠습니까. 그러다가 혹시라도…."
도내 모 시의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인 A(여·47세)씨는 "최근 지역 교육청 초등계장으로부터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자칫 자신의 자녀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음을 의식한 듯 "더 이상 할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A씨는 지난 10월 초순경, 지역 교육청 B 계장로부터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는 요지의 전화를 받고, 몇몇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우리신문> 취재팀의 귀에도 들어왔다.

"운영위원에게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B계장은 "지역내 단 한 명의 학교 운영위원도 알지 못하는 데 어떻게 전화를 했겠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B계장의 부인이 A씨 자녀가 재학중인 학교에 재직 중이었고, 공교롭게도 담임선생임이 밝혀졌다.

A씨가 지역 교육청 간부로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불법 선거 운동을 접하고도, 사법당국이나 언론사에 제보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것은 '행여라도 자녀가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자녀를 위해서 폭로나 양심선언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취재팀도 "A씨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제보자의 견해에 따라 취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이 교육감 선거의 볼모도 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교육감 선거가 타 공직자 선거에 비해 혼탁 과열 불법 사례가 몇 배 심각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법당국에 적발되는 사례가 현저하게 적은 이유는 다름 아닌 선출권이 초·중·고 학부모와 현직 교사 등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A씨의 사례에서, 극히 일부 교원에 지나지 않지만 '자녀를 볼모로 한 불법 선거 운동'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감 선거도 직선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드러난 부정 불법 선거

경남도 선관위는 20일, <우리신문>(10월 15일자 2면)의 예보대로 유력 후보인 강모(63세· 전 교육국장)씨와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최모씨를 도와 선거 운동을 펼친 하동군 교육청 박 모(53세) 학무과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들을 도와 선거운동을 한 현직 교사 4명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도 선관위에 따르면 입후보 예정자인 강모씨는 지난달 초순경, 투표권이 있는 운영위원들에게 "즐거운 추석 보내십시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자신의 이름과 함께 보냈는가 하면, 자신을 선전하는 내용의 인쇄물과 책자를 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달 18일엔 인근 모시 소재 초등학교 교감단 15명의 식사모임에 참석하여 교육 현안에 대해 말하는 등 사전선거 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하동군 교육청 박모 학무과장은 유력 후보인 최모(교육위원·65세)씨를 위해 학교 운영위원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고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K씨에게 최씨에게 유리한 내용이 게재된 인쇄물과 또 다른 입후보 예정자인 K씨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학교 운영위원에게 배부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과장은 선관위의 고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어찌되었건 선거와 관련해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자체가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도 선관위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검찰 고발 3건, 수사의뢰 1건, 경고 4건 등 총 10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해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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