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 브이는 나의 장자(長子)"

<태권브이> 김청기 감독, 2006년에 태권 브이 새롭게 선보인다

등록 2003.10.22 22:46수정 2003.10.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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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기. 초등학생 시절 시민회관 같은 데에서 만화 영화를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이름이다. 10월 22일 서울 역삼동 문화콘텐츠센터에서 김청기(62) 감독과 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김 감독은 30대에게는 '태권 브이'로, 20대에게는 '우뢰매'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태권 브이와 우뢰매에 애착"


김청기 감독은 60대 나이에 비해 훨씬 젊게 사는 모습이 느껴졌다.
김청기 감독은 60대 나이에 비해 훨씬 젊게 사는 모습이 느껴졌다.김상욱
김 감독은 "태권 브이는 내 장자(長子)"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직도 태권 브이를 기억해 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자신이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황금 날개>, <똘이>, <태권 브이>, <우뢰매>, <홍길동> 등 김 감독 영화의 많은 캐릭터 중에서 태권 브이 다음으로 아끼는 캐릭터를 묻자, "흥행에 성공했던 캐릭터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면서 "태권 브이와 우뢰매에 애착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똘이 장군' 캐릭터가 감독 본인의 경험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열 살쯤에 6·25를 겪으면서 인민군, 북한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쟁 중에 부친이 납북당한 가족사를 털어놓으면서 "어머니가 똘이 장군을 극장에서 보시면서 펑펑 우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권 브이를 비롯한 자신의 작품들을 요즘에도 자주 찾아보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태권 브이를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낀다"면서 "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누구나 같은 심정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한계에 대한 김 감독의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김상욱
"<스페이스 간담 브이>는 가장 창피한 부분"

늘 김 감독의 주변을 맴도는 것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방했다는 비난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서 "<스페이스 간담 브이>는 내가 생각해도 가장 창피한 부분"이라면서 솔직히 털어놨다. 빚도 많고 가장 힘든 시절에 완구업체의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당시에는 김청기 이름을 달아야 완구가 팔리고 지방 상인들로부터 미리 돈을 받은 완구업체가 김 감독에게 자금을 대는 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이상하게 야합이 됐던 것 같다"면서 "완구 때문에 제작비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스토리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일본의 완구를 그대로 모방해 들어온 완구업체 탓이기에 김 감독으로서는 조금은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종이 딱지, 완구를 비롯해서 김 감독의 캐릭터와 관련된 많은 상품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이 해적판이었다. 당시에는 불법 복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미했는지, 그러한 현실에 대해 김 감독조차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당시 태권 브이, 우뢰매 등의 로봇을 만들었던 완구업체(뽀빠이과학)가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웃음지었다. 돈보다는 작품을 위해 노력했던 김 감독의 덤덤한 고백이었다.


탄생 30주년인 2006년에 새로운 태권 브이 개봉

새로운 태권 브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김 감독은 활기가 넘쳤다. "우리 애니메이션도 이제는 많이 발달했지만 스토리면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스토리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인 하나에도 자신의 깡통 로봇을 정성스럽게 그리는 김청기 감독.
사인 하나에도 자신의 깡통 로봇을 정성스럽게 그리는 김청기 감독.김상욱
"기술면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태권 브이가 태어난 지 30주년을 맞는 2006년에 맞춰서 개봉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태권 브이의 저작권 문제도 법적으로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제 시나리오만 나오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수 있다"면서 태권 브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 감독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팬들은 만화책, DVD 등의 태권 브이 자료를 준비해 왔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당시 영화 포스터. 황금 박쥐, 태권 브이의 천연색 포스터를 청계천에서 어렵게 구했다는 30대팬을 보면서 김 감독은 감회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때마침 김 감독의 핸드폰이 울렸다. 바로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로 시작하는 태권 브이 주제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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