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우리 집 큰 아들 아딧줄이 공주에 있는 H고등학교 수시,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1박2일로 다녀왔다. 나는 승용차 운전을 하고 아내는 조수석에 앉아 책을 본다.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아딧줄은 계속 잠만 잔다. 아내와 아딧줄과 함께 하는 여행은 오랜만이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아딧줄의 장래에 대해서….
토막토막 아딧줄에 얽힌 이야기의 단편들이 생각난다. 아내와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결혼한 편이었다. 아내가 결혼하자마자 임신을 했는데, 유산하고 말았다. 신혼 초 아내의 몸은 많이 약해 있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첫 목회가 시작되었다. 1년 2년이 지나도 아이 소식이 없었다. 3년 만에 임신을 했다. 다행히 아내의 건강상태가 결혼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오자 아내는 서울로 올라갔고 나는 정선에 남아있었다. 초조했다. 드디어 10월 20일, 뒷집 연숙이네 집으로 전화 연락이 왔다. 아내가 사내놈을 낳았다는 것이다. 너무 기쁘고 좋아서 장강(長江)에 나가 ‘하느님 고맙습니다’ 하고 기도도 하고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누가 봤으면 미친 줄 알았을 것이다.
아딧줄은 태어날 때부터 건강했다. 주는 대로 잘 먹었다. 아딧줄이 태어나면서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번은 동네 아이들이 찾아와서 “전도사님요, 오늘 저녁 밤 낚시하러 가요!” 하고 떼를 써서 처음으로 밤낚시를 가게 되었다. 아딧줄 돌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밤낚시를 하는데 그날따라 입질도 안하고 영 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아이들은 떠들기만 하고 먹는 타령만 한다. 애들이 하도 먹는 타령을 해서 하는 수 없이 밤참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데 그때 입질이 왔다. 릴낚싯대 끝에 메달아 놓은 방울이 달랑거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