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스쿨존 어린이 보호구역의 문제점

[주장] 어린이 보호구역 설치, 유지 관리 및 교육에 대하여

등록 2003.10.27 10:19수정 2003.10.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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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내동초등학교 교통평온화 기법의 어린이 보호구역
창원 내동초등학교 교통평온화 기법의 어린이 보호구역최현영

지난 7월 4일 서울 면동초등학교, 9월 30일 창원 내동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사업 준공식'이 있었다. '교통평온화(Traffic Calming)' 기법을 도입한 시범 사례이다.

그러나 창원의 경우 사업완료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4일 하교 시간대인 오후 3시~4시 사이 확인한 어린이 보호구역은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주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선진형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school zone)'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듯하다.

수도권을 비롯하여 경남도 내에 설치돼 관심을 끌고 있다지만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경남도 내에서 처음으로 설치한 신개념 스쿨존이 설치된 창원시 내동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 175m 구간 사정을 살펴보았다.

통상 학교 앞 스쿨존은 일반도로와 같은 검은색 아스팔트이다. 반면, 이곳은 일반 도로와 달리 적색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 적색으로 포장한 것은 운전자들에게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다.

또한 아름다운 도안의 디자인 가드레일이 설치되는 등 잘 정비된 아름다운 도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서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대형 안내판이 눈에 띄나, 이 구간은 직선도로로 운전자에게 특별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는 미흡하다.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우선 학교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신호등을 주행하는 운전자가 멀리서부터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횡단보도의 설치 위치가 부적절하다. 차량 정지선과 불과 3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삼각형 노면표지에는 급정거한 자국이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시설 설치기준은 도로교통법이다. 그러나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의 적용 기준이 변경되거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 예외로 인정되어야 하는 도로교통법 기준은 두 가지 정도이다.


현재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판.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판이 횡단보도 50미터 이전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현재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판.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판이 횡단보도 50미터 이전으로 이전되어야 한다최현영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되는 신호등을 주행도로 전방 50m 이후에서는 운전자가 볼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이 있든 없든 서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멀리서 신호등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하여 항상 운전자가 조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 시점에 설치되는 안내 표지판을 횡단보도 50m 앞에 설치하여 신호등을 가리도록 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규정에서 예외가 되어야 하는 두 가지로 교통표지판 설치 위치와 신호등의 시인성에 관한 규정이다.


험프식 횡단보도, 차도 보다 10cm 높게 시공되어 장애인 보행 및 이동에 장애가 된다.
험프식 횡단보도, 차도 보다 10cm 높게 시공되어 장애인 보행 및 이동에 장애가 된다.최현영

일반 횡단보도, 보도와 측구 및 횡단보도의 높이가 같다.
일반 횡단보도, 보도와 측구 및 횡단보도의 높이가 같다.최현영

특이한 시설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적용된 새로운 기법이 있다. 어린이들이 길을 건너는 횡단보도를 차도보다 10cm 가량 높게 설치한다.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과속방지턱과 같은 효과를 주도록 설치되어 있다. 즉, 험프식 횡단보도이다.

그러나 서울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도입한 '교통평온화(Traffic Calming)' 기법으로 설치된 횡단보도는 장애인의 보행권을 완전히 무시한 사례로 설계부터 문제가 있다. 기 시공된 어린이 보호구역 시범도로는 반드시 재시공되어야 한다.

험프식 횡단보도의 도로구조를 보면 보도와 측구가 연결되고, 측구는 횡단보도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이동을 위해 경계석과 측구의 높이를 같이 한다. 그런데 험프식 횡단보도의 경우 오히려 차도보다 10cm 높게 되어 장애인의 이동을 원천 봉쇄하는 것과 같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시에 이와 같은 시설이 수 천억 원을 들여 5년 계획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시공된다. 그러나 어린이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다. 설계에서 어린이 장애인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으로 험프식 횡단보도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사후관리의 문제점이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치하고 나면 그만"이라면 곤란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도로교통법이 특별히 적용되어야 한다. 신호위반과 속도위반에 대한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

신호위반 차량, 주변 학교 학생 통학용 차량이다.
신호위반 차량, 주변 학교 학생 통학용 차량이다.최현영

신호위반 차량, 학생 등하교 학부모의 승용차
신호위반 차량, 학생 등하교 학부모의 승용차최현영

보행신호 위반 초등학생
보행신호 위반 초등학생최현영

보행신호 위반 여 중학생, 물론 남학생도 포함된다.
보행신호 위반 여 중학생, 물론 남학생도 포함된다.최현영

보행위반, 가드레일 넘어 도로를 횡단하는 고등학생
보행위반, 가드레일 넘어 도로를 횡단하는 고등학생최현영

신호등이 작동하는 동안에는 어린이들이 없어도 지켜져야 하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속도 기준이 적용되는 시간 동안은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한다. 물론 주·정차금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속하는 경찰을 볼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들의 교통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 중·고등학생도 포함되어야 한다.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려는 학생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많은 반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도로교통법(자전거 포함)을 무시하는 경향이 대단히 많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개념의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치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운전자가 규정을 무시하고, 어린이 보호를 위한 시설이지만 중·고등학생·어른을 포함하여 보행자를 보호하는 시설로 인식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경찰은 규정을 무시하는 운전자를 단속하고, 시설 관리청은 시설물 관리에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교육청과 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교통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두의 관심으로 신개념 어린이 보호시설이 생명 보호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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