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산사나무 붉은 열매가 사무치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 집에 왔다. 슬프다. 시인의 탄식처럼 내 지나온 자리도 그렇게 온통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혹시 아는가. 저 산사나무도 폐허를 견뎌내 저렇게 아름다운 열매를 달게 되었는지를… 여태 폐허를 터덕터덕 걸어온 사내에게 산사나무 한 그루가 가만히 눈빛으로 위안의 말 몇 마디를 던진다. 불행이 예기치 않게 오듯 위안도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것이 생이 지닌 비의(秘意)가 아닐까.
햇살이 무겁게 눈꺼풀 위에 내려 앉는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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