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의 황금마차, '라-202호'

서해안 도서와 해상 검무소의 주·부식 운반선

등록 2003.11.01 16:41수정 2003.11.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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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도서지역 장병들의 '황금마차'인 <라 -202호>정
서해 도서지역 장병들의 '황금마차'인 <라 -202호>정해본 전훈공보실
바다위 해상 검문소에서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까? 매점은 있을까? 해군의 도서기지와 해상검문소 대원들이 가장 기다리는 함정은 어떤 함정일까?

기다리는 가족과 애인의 편지, 그리고 육지소식을 가져다 주는 '행정선'도 물론 기다려지는 함정이기는 하지만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인간의 기초적 욕구인 식욕을 채워주는 주·부식 운반함정인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소속의 '라 -202호'정이다.

'라 -202호'정이 들어오는 날은 도서기지와 해상검문소에서 조촐한 그들만의 파티(?)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라 -202호'정은 비록 고속정이나 초계함처럼 접적해역 최전방에서 출동임무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도서기지와 해상검문소 등 격오지의 장병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주·부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라 -202호'정 장병들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고 있다.

'라 -202호'정의 정식명칭은 RCM(Refrigerated Craft Medium)으로 해군에서는 ‘냉동정’이라고 부른다.

전체길이 42m, 배수량 450t에 이르는 이 함정은 내부에 '야채고'·'육류고' 등 재료별로 구별 저장하는 냉장실·냉동실·건조물·보관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라 -202호'정의 1회 주·부식 수송능력은 55t으로 650명이 20일간 먹고 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바다 위의 움직이는 '이동 식품마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양을 싣고 13노트의 속력으로 바다를 누빈다.


주·부식을 수송하는 함정이다 보니 '라 -202호'정의 식사시간에는 잔반이 거의 남지 않는다. 한 톨의 쌀, 한 조각의 반찬도 아끼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평균 한 달에 열흘 이상을 서해 바다에서 활동하는 '라 -202호'정은 함정이 계류하는 곳마다 "황금마차~"를 연호하며 자신들을 맞는 수병들의 환호와 콧노래를 만나게 된다.

왜냐하면 도서기지나 해상검문소에서 신선한 부식으로 식사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4년 전 연평해전 때는 위험을 가리지 않고 군수품 및 주·부식을 수송해 완벽한 승리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라 -202호'의 정장 허용구(49·준사관 35기)준위는 지난 1974년 해군에 입대, 구축함 전탐장 등 각종 해상근무 경험을 쌓고 99년부터 5년째 이 함정을 책임지고 있는 베테랑 정장이다. 30년의 경력을 보유한 그도 출동 때가 되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한다.

허 정장은 “인천해역 특성상 저수심 지역, 어망, 이동선박, 조류 같은 항해 장애물이 무수히 흩어져 있어 항해시마다 온 정신을 집중해 신경을 곤두세운다”며 “특히 저수심 지역의 사주(砂洲)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전에 문제없이 지나갔던 곳이 도저히 배가 통과할 수 없는 지역이 돼 있기도 해 항상 다니는 길이지만 매번 다른 장애물들과 전투를 치른다”고 항해의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어려움을 뚫고 섬에 도착했을 때 반기는 격오지 대원들의 밝은 얼굴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 다시 출항준비를 하고 있는 '라 -202호'정. 임무 특성상 주말에 출동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라-202호'정의 전 승조원은 우리 다바 지킴이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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