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교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장애인단체 반발로 '모두사랑장애인야학' 새 둥지 사실상 무산

등록 2003.11.07 00:29수정 2003.11.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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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이 사용 중인 건물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이 사용 중인 건물 ⓒ 이철용

대전에 위치한 '모두사랑장애인야학'(교장 오용균)의 학교 이전이 장애인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되었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소재한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2001년 6월, 성인 장애인의 교육을 위해 설립되었고, 현재 56명의 장애인들이 만학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임대해 사용중인 건물은 협소해서 더 이상의 장애인을 수용할 수도 없고, 현재의 인원이 수업을 진행하기에도 공간적으로 협소하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안마시술소, 주점,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들이 즐비해 교육환경과는 거리가 멀고,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필수적인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주차 공간도 없어서 봉사자와 자가운전 장애인들은 주차할 공간을 찾느라 수업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의 빌딩이 가압류 상태여서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금년 말이면 거리에 나앉게 될 지경이다. 이미 보증금도 월세로 소진된 상태다.

대전 서구청, "비장애인 이용 수익시설에 장애인야학 사용 허용하라"

이에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관내 서구청 소유의 '서구건강체련관'에 입주할 수 있도록 서구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서구건강체련관'은 현재 대전지체장애인협회(회장 강형구, 이하 대전지장협)가 위탁운영 중에 있고 올해 말 위탁기간이 종료된다.

현재 서구건강체련관 1층은 장애인의 건강관리를 위한 장애인 수영장과 헬스장, 2층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비장애인을 위한 수영장과 헬스장, 3층은 강당을 비롯한 2개의 장애인 단체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a 대전시 서구청의 서구건강체련관

대전시 서구청의 서구건강체련관 ⓒ 이철용

지난 8월 18일 서구청 가기산 구청장은 오용균 교장과 사회산업국 국장을 배석시킨 자리에서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협조의 뜻으로, 올해 말로 종료되는 '서구건강체련관'의 재계약시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청측과 야학, 대전지장협의 대표가 모여 협의를 하고 만약 성사가 되지 않을 경우 공모를 통해 다시 새로운 위탁기관을 선정하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한다.


위탁 장애인단체, "자체적인 사업계획 있어 수용할 수 없다"

이러한 가 구청장의 뜻에 따라 서구청 사회산업국은 수익사업을 위해 비장애인들이 사용하는 2층 공간 중 헬스실을 개조해서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고, 현 위탁단체인 대전지장협과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전지장협은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의 입주를 강력히 거부했다. 대전지장협의 전·현직 회장들은 서구청에 타 단체가 들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대전지장협 조광언 사무국장은 "헬스실을 이용해 물리치료, 재활치료를 활성화시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야학에서 2층 입주를 희망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며 "앞으로 진행할 사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감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단체가 어떻게 함께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체련관은 서구 사람들만 이용하는데 야학의 경우 타지역 사람까지 있기 때문에 입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두사랑장애인학교

▲ 자원봉사자의 차량봉사
ⓒ이철용

최근 전국적으로 장애인야학이 계속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며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성인기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정신지체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의 장애인들이 학령기에 교육의 기회를 놓여 성인기에 새롭게 초등학교부터 검정고시 과정을 공부하는 학교며, 교사들도 대부분 초중등학교의 현직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간 이곳 학생들은 각 과정별 검정고시에서 수석의 영예를 차지하는 등 놀랄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 이철용
그러나 구청장 비서실의 이만희 실장은 "구청에서는 수익보다도 장애인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장애인의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계획했는데 위탁단체에서는 수익사업의 일부 공간을 타 단체가 사용함으로 예상되는 수익감소도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실장은 "엄격히 법적으로 하면 구청의 뜻대로 해야 하지만 요즘 그런 식으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구청도 난처한 입장"이라고 했다.

현재 대전시 서구청은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의 서구건강체련관 입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모금에 들어가 야학의 장애인 학생들이 30여만원을 모금한 상태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서구청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장애인단체의 실력행사를 두려워한 나머지 장애인야학의 입주계획을 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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