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집배, 근무조건은 향상됐다지만 현실은 달라

"우정사업본부" 해명에 대한 체신노조 입장

등록 2003.11.08 14:40수정 2003.11.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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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집배 저임금, 과로... 체신노조 입장

지난 11월 5일자 <오마이뉴스>의 <우정사업본부 집배담당자 해명> "집배원 근무여건 점진적 개선중" 제하 기사에 대해 현장 집배업무 종사자들의 근무여건과 현실에 차이가 있어 전국체신노동조합(이하 체신) 입장을 밝힌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덮혀 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고, 이 과정에서 얼마전 우편물이 많다는 이유로 우편물을 내다버린 상시위탁집배원(비정규직)의 경우도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측의 답변에서는 집배원의 근무조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점점 힘들어져만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8년 이후 정부의 1·2차 구조조정으로 우편집배원을 비롯한 정부 하위직 공무원을 대폭 감축하여, 정부 스스로 공공서비스를 악화시켰다. 이러한 결과로 사회전반은 정부의 공공성이 줄어들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집배 인력에 있어 2003년 9월 현재, 정규직 집배 인력(별정 집배원 포함) 10736명 중 비정규직(상시 위탁 집배원+대무사역+시간제+특수집배원+재택위탁집배원+통상위탁)이 6574명으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60.98%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는 전체 집배원 대비 상시위탁집배원의 비율만을 비교해 26.7%가 마치 집배 부문에 있어 비정규직의 모두인양 해명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 이는 집배에 있어 상시위탁집배원을 뺀 나머지 집배 인력(대무사역, 시간제, 특수지집배원, 재택위탁집배원, 통상위탁 등)을 배제한 수치에 불과하다.

우편물량은 98년이후 매년 13.3%씩 늘어나 집배원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98년 이후부터 2002년까지 5742명을 줄였고 또한, 정년퇴직 및 명예퇴직의 자연감축분의 인력보강 없이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4100여명을 보충한 상태이다.

이는 98년 대비 비정규직이 123%나 증가한 수치이다. 우정사업본부의 해명자료를 인용하여보면, 보충된 비정규직은 총 3228명인데, 비해 정규직 700명으로 정규직 집배인력 충원비율은 21.7% 에 불과하여 정규직 충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정규직 축소는 결국 우편물 배달서비스의 질을 저하함은 물론 책임감 약화로 주민민원이 다발하여 공공서비스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등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8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은 향후 전망 부재와 낮은 복리후생, 저임금,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직장·직무에 불만족이 점점 높아지고 소속감 역시 못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운영에 있어서도 이직률과 생산성 등을 감안하면 고비용과 노사관계 악화, 대 국민서비스 질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이 최저임금보다는 약간 높긴하지만 강도 높은 집배업무량에 비해 종사원 및 가족들의 충분한 생활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따라서 하루 빨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집배원의 근무시간 역시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면이 있다. 예를 들면, 정규직은 공무원 근무시간 규정에 있어 동절기에는 9시∼17시로 하절기에 비해 한시간 앞당겨지지만 동일노동을 하는 상시위탁집배원의 경우는 공무원법을 따르지않고 근로기준법에따라 근무를 하여야 하기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집배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은 "우본" 해명에서 "요즘 근무조건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집배원들(근무지가 도시인경우)은 정부가 만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12시간이상 금지규정를 위반하는 주17~20시간을 초과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집배근로여건 향상을위해 2004년까지 모든 집배원에게 PDA를 공급하고 월 2만원의 통신요금을 지급한다는 "우본"의 집배근로 환경개선은 PDA사용이 집배업무의 근무여건과 집배서비스를 업그레이 시킬 수 있다고 주장 하지만 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비효율적임을 주장한다.

예컨데 지금처럼 컴퓨터가 대중화되고 업무의 효율화를 추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단순히 PDA보급으로 노동집약적인 집배업무를 효율성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좁은 골목의 판자촌을 돌며 우편물배달을 해야하는 곳에 오토바이가 아닌 대형차를 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지금, 사회전반이 모든 가족구성원이 직장 또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기때문에 빈집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사람들과 연락을 하기위해 하루에도 수 십통씩 집배원들의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고작 1만원(2004년 1만원 증액예정)의 통신요금은 너무 적게 책정되어 있다고 토로하고 있고, PDA보급에 사용되는 금액을 집배원들을 위한 통신요금으로 더 지급해 줄 것을 더 원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해명보도>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이중적 잣대로 언론을 통한 국민의식을 조장하려 것으로 마땅히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국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우편 집배의 공공.복지부문의 "우정사업"이 개인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닌만큼 국민의 보편적인 서비스와 신뢰를 얻기 위해 특별회계 내에서 집배 종사자들을 보통사람처럼 충분히 생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처우는 당연히 보장되어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비정규직이 처한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배달 서비스의 향상과 질 높은 우정서비스를 위하여 하루빨리 인력증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리고 집배종사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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