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 '보졸레 누보' 보도, 문제있다

수입 포도주 '보졸레 누보' 기사 엇비슷... 종합적 판단 보도 아쉬워

등록 2003.11.18 01:08수정 2003.11.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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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1월 14일자 몇몇 신문에 났던 보도 사진 3장이다. 과연 독자들은 이 사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2003년 11월 14일자 <한겨레> 보도사진 기사
2003년 11월 14일자 <한겨레> 보도사진 기사

2003년 11월 14일자 <중앙일보> 보도사진 기사
2003년 11월 14일자 <중앙일보> 보도사진 기사

2003년 11월 14일자 <동아일보> 사진 기사. 같은 사진을 사용한 기사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에도 실렸다.
2003년 11월 14일자 <동아일보> 사진 기사. 같은 사진을 사용한 기사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에도 실렸다.

처음 사진은 <한겨레> 경제면에 실린 것이고, 두 번째는 <중앙일보> 경제면에 실린 보도사진, 세 번째 사진은 <연합뉴스>에서 찍은 것을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가 받아 지면에 실은 것이다.

이 보도 사진들은 얼마전 14일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대한항공을 통해 우리 나라에 들어 온 프랑스산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를 다루고 있다. 지난해에도 특별기 4편을 이용해 이 포도주가 들어 왔다고 해서 국내 언론에 '보졸레 특수'라며 크게 기사화된 적이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이 포도주의 특수는 이어질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특별기 6편을 포함해 모두 10편의 화물기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50만병, 무게만도 100톤 분량이라고 한다. 1톤 트럭으로 100대를 가득 실어야 하는 거대한 양이다 보니 기자들에게는 이슈라고 여겨진 듯 보인다.

사실 나는 보졸레 누보라는 술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왜 11월 14일자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에 프랑스산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를 든 항공사 직원들의 웃음 띈 사진이 실려 있는지 궁금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보졸레 누보가 11월 3째주 목요일을 기해 전 세계적으로 일제히 판매되는 글로벌 마케팅을 가지고 있고, 수년 전 일본에서 '보졸레 누보' 붐이 우리 나라에 흘러들어 온 '수입산 술 문화'이라는 점, 햇포도주로 짧은 숙성 기간을 거쳐 가격이 이름 있는 포도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내용 등을 알게 되었다.

보졸레 누보의 마케팅은 바로 타이밍에 있다. 매년 11월 세째주 목요일을 전 세계 판매일로 잡다보니 배로 운반하는 것보다는 공수하는 것이 안전하고 판매 시기를 맞출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신문에 난 보도 사진 기사들은 보졸레 누보의 상술에 그대로 이용당했다고도 할 수 있다.


외산 포도주 수입에 대한 보도는 부적절한 소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국산 주류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또한 보졸레 누보 한 병 값은 2만4천원에서 3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여서 서민들에게는 사치스러울 뿐이다.

설령 이 포도주가 국내 경제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포도주는 어디까지나 술일 뿐이다. 햇포도주 와인으로 '포장'되었지만 이는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에 불과한 것이지 일반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언론들은 어떠했나. 주요 일간지들은 14일자 경제면에 너나 없이 프랑스 포도주를 소개해 놓았다. 기사는 사실 보도를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하나, 그로 인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그리고 일반 서민들의 기사 수용 정도 등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종합적인 판단 하에 이 사안이 다뤄졌다면 이렇게 신문들마다 '벨기에서 날아온 보졸레 누보' '보졸레 누보 도착' '보졸레 누보 특수' 등과 같은 엇비슷한 기사가 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은 천편일률적인 단순 정보보다 종합적이고 풍부한 분석력을 갖춘 기사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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