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KBS 흔들기'는 'MBC 흠집내기' 복사판

민언련, 논평 통해 비판 "시청률로 장난치지마라"

등록 2003.11.20 15:02수정 2003.11.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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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일보>의 '정연주 KBS사장 흔들기'가 2001년 당시 '김중배 전 MBC 사장 흠집내기'와 닮은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a KBS를 비판하는 <조선일보> 18일자 칼럼

KBS를 비판하는 <조선일보> 18일자 칼럼 ⓒ 조선일보 PDF

특히 일부 프로그램 시청률을 잣대로 방송사장의 능력이나 자질을 평가하는 보도태도가 '복사판'에 가까울 정도로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그간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줄곧 비판했던 일부 언론들이 시청률을 적용해 '방송사 경영평가'를 시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은 최근 일부 프로그램 시청률 저하를 근거로 KBS 위기를 진단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조선은 지난 6일 <밤 9시뉴스 시청률 판도 변화-MBC '약진' KBS '하락'>이라는 기사를 통해 "소위 개혁 프로그램이 보수적 시청자들을 이탈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성향 시청층 이탈을 그 원인으로 풀이했다.

조선은 이어 지난 18일 <'정연주 코드' 비판하는 KBS PD>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KBS 뉴스9의 시청률이 낮아지고 있다, KBS 2TV의 광고판매율도 떨어졌다, TV수신료 분리징수 법개정을 앞두고 있다, 방만한 예산운영에 감사원 특감도 받을 처지이다"라는 내용을 열거했다. 조선은 KBS의 이같은 상황을 '사면초가'로 표현한 뒤 이같은 현상은 정연주 사장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김중배 전 MBC 사장 때도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경영난" 매도

그러나 조선의 이같은 비판은 지난 2001년 MBC에 개혁성향의 김중배 사장이 취임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은 같은해 7월 17일 기사를 통해 "김중배 사장 취임 5개월째를 맞은 MBC가 경쟁력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당시 조선의 기사이다.


김중배 사장 취임 5개월째를 맞은 MBC가 경쟁력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는 불과 넉달여만에 시청률 '넘버1' 채널에서 '넘버3'으로 추락했다.

'시사매거진 2580' 보도에 따른 연예인들의 출연거부 사태가 이어졌고, 공영방송으로서 역할도 비판받고 있다. 여기에 창사이래 처음으로 차입경영이 논의되는 등 MBC는 최악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사내외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던 지난 2월 MBC의 채널 시청률은 11.5%(TNS미디어코리아 조사)로, KBS1·2, SBS를 압도적으로 누른 안정적 1위 방송이었다. 그러나 5월 시청률이 8.2%로 뚝 떨어지면서 KBS1과 SBS(지역민방)에 뒤진 3위 신세가 됐고, 시청률이 소폭 올랐지만 6월에도 3위 자리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략)

MBC 시청률 고전의 가장 큰 원인은 뉴스 부문 하락이다. 지난주 전체 뉴스 순위 10위권안에 MBC는 4위인 '뉴스데스크'(11.6%), 단 1개만 들었다. 나머지는 8개가 KBS, 1개가 SBS다. 1위인 KBS '뉴스9'의 시청률은 19.4%로, '뉴스데스크'와는 무려 7.8%포인트나 차이가 벌어졌다. …(중략)

위기의식은 MBC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MBC노보는 최근 '한소리'에서 "봄 프로그램 개편 이후 시청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뉴스건 드라마건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전 프로그램의 동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경영 역시 이제껏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차입경영이 논의되고 있는 등,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경영난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2001. 7. 17 'MBC 시청률 3위로 급락...뉴스 크게 떨어져'>


또 조선은 같은해 6월 11일 지상파 방송3사 토론프로그램의 활성화를 다루면서 시청률 선두를 근거로 "KBS의 토론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 제목은 < TV토론 '뛰는 KBS, 기는 MBC'>로 MBC를 저평가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MBC가 <미디어비평>에서 '안티조선' 문제 등 신문개혁을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한데 대한 조선의 감정적인 '흠집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시민언론단체 "시청률 갖고 장난치지 마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민언련)은 20일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시청률 갖고 장난치지 말 것"을 조선일보에 촉구했다.

민언련은 KBS 뉴스9의 시청률 추이에 대해 "큰 의미를 둘 만한 변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1월 이후 KBS 뉴스9는 MBC 뉴스데스크와 비교해 7∼10%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지 주말대 KBS 시청률만 뚜렷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언련은 이어 "KBS 주말 뉴스9 방영시간을 대폭 축소한데 반해 MBC는 전문기자제 도입 등 주말뉴스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조선은 이같은 배경은 보도하지 않은채 애써 '보수적 시청자의 이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개혁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는 MBC를 흠집냈던 2001년 논리가 최근 'KBS 흔들기'와 빼다박았다"면서 "조선일보는 KBS든 MBC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곡까지 동원해 무조건 비판하고 과거 '억지주장'을 답습하는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시청률 경쟁을 한다고 비판하고, 교양 프로그램과 (뉴스) 보도에는 시청률이 낮다면서 '쥐락펴락' 하고있다"며 "조선일보의 '이현령 비현령'식 비판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기자와 같은 사람 겨냥한 것"
오강선 KBS PD, 조선 보도에 강력 반발

조선일보 지난 19일자 「'정연주 코드' 비판하는 KBS PD」제하 칼럼에 당사자로 거론된 오강선 KBS PD는 조선이 자신의 뜻을 왜곡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조선은 해당 칼럼에서 오 PD가 <미디어오늘>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KBS 종사자들의 생각이 적어도 '정연주 코드의 주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라고 단정했다.

조선은 오 PD의 글 중 "개혁의 장애는 개혁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보수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잘못된 점은 오락 프로그램을 잘못 만들어서가 아니고 시사, 보도, 교양 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없는 오락 프로그램 때리기나 하지 말고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면 되는 것이다”라는 대목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오 PD는 18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가 말하는 그같은 취지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개혁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을 밝히면 바로 조선일보 기자와 같은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오락프로그램 담당 PD들이 이런 사람들에게 많이 당해왔다"면서 "학자들이 원론적인 이론을 동원해 오락·연예 프로를 비판하면 방송(미디어) 담당 기자들이 여과없이 이를 받아서 기사화고, 또 방송위원회 등에 영향을 끼쳐 PD들이 불려가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청자의 눈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도식화된 여론형성 구조에서 방송 오락·연예프로그램이 일방적인 비판을 당했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했던 글을 정연주 사장 공격하는데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즉 오락·연예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담론이 시사·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에는 왜 던져지지 않으냐는 주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정연주 사장에 대한 일선 PD들의 시각도 전했다. 그는 "밖의 편견과 달리 정 사장은 오락·연예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도 많고 실제로 이해도 높다"며 "그러나 정 사장이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야 한다'고는 말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어떤 강요도 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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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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