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야경최승희
아우토반을 신나게 달린 캠핑카가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것은 오후 7시가 넘어서였다. 물론 해는 진지 오래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라인강변의 쾰른을 지나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동안 연신 '이거거든!'하며 외쳐대던 해얼이 형. 어서 캠핑장을 찾아 물을 충전하고 오수도 버려야 하는데 일단 시내라도 한 번 둘러보잔다. 결국 보행자와 자전거, 트램(지상 전철), 버스, 승용차가 한데 뒤섞인 암스테르담 도심으로 들어섰다.
해외 풍물기행 프로그램에서 보던 장면 그대로였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과 그 사이사이를 흐르고 있는 골목, 도심을 거미줄처럼 엮고 있는 운하. 날씨가 찬 탓인지 두툼하게 걸쳐 입은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며 지나가는 모습과 딸내미를 무등 태운 아버지의 뿌듯한 얼굴,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멋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 거리를 은은하게 비춰주는 조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그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노 비즈니스?"
그런데 캠핑카가 도심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에서 한 블록 떨어진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기 시작했다. 유난히 좁은 암스테르담의 차도는 자연스레 캠핑카의 속도를 늦추었고, 한국과는 달리 부담 없이 차도를 건너는 행인들과 뒤섞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여기저기서 예고도 없이 차도를 건너는 사람들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사이, 더없이 상냥한 얼굴을 한 이가 보조석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