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동 남서울교회의 '사랑의 김장'

독거노인 소년소년가장에게 전달할 김장, '사랑의 온정 뜸뿍'

등록 2003.12.08 15:54수정 2003.12.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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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추를 가르고 절이기 위해 옮기고 있다

배추를 가르고 절이기 위해 옮기고 있다 ⓒ 구본철

첫 눈이 도심을 뒤덮은 8일 본격적인 추위를 예고하는 듯 출근길 시민들의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어렵다는 불경기의 마지막달을 맞고 있다. 들려오는 모든 소식은 어느 것 하나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데 따뜻한 사랑의 온정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곳을 기자는 찾았다. 가장 보람 있게 첫 눈을 맞이한 곳이 이 곳이 아닐까?

서울 신길동에 소재한 남서울교회(담임목사 박종수)는 독거 노인, 소년 소녀가장, 불우이웃에게 '사랑의 김장'을 전달하고자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주차장을 뒤덮은 눈을 쓸어내고 총여전도회(회장 박일숙 권사) 회원 30여명이 분주한 손길을 움직였다. 익숙한 솜씨로 배추를 가르고, 소금에 절이고 다음날 쓸 양념준비를 시작했다.

젊은 여전도회원들은 무거운 배추를 나르고 소금에 절이는 작업을 하고, 한쪽 구석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권사님들이 파와 갓과 갖은 양념을 손질했다.

"젊을 때 열심히 봉사하세요, 잠깐 입디다.”

a 양념재료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권사님들

양념재료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권사님들 ⓒ 구본철

할머니 권사님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소위 왕년에는 물 불 안가리고 봉사했는데, 그 세월도 잠깐이었다는 것. “힘있을 때, 더 많은 봉사를 하라”는 후배들을 향한 교훈은 흘려 들을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두 세시간이 흘렀을까? 주방에서 따끈한 고구마를 쪄 내왔다. 추위에 언 몸을 잠깐 녹이기에 충분했다. 호호 불어가면 먹는 고구마 맛은 세상에서 제일 만난 것이었다.


첫 눈치곤 꽤 많은 양이 내린 이날 오후로 접어 들면서 따뜻한 햇볕이 이들 머리 위에 어깨 위에 내려 추위를 녹여 주었다. 따뜻한 햇살이 “사랑의 섬김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하는 총여전도회 박일숙 회장은 “눈이 내려 오늘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까? 발을 동동 굴렸는데,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또 한 두시간이 흘렀다. 주방에서 봉사하는 회원들이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고, 추위에 땀흘려 봉사한 회원들이 언 몸을 녹이며, 황제의 점심보다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즐거워했다.


이들이 절인 배추는 명일 양념 작업을 마치고, 정성껏 통에 담아 남전도회 회원들에게 전달되어 독거노인, 소년 소녀가장, 불우이웃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성탄의 기쁜 소식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박종수 목사(남서울교회 담임)는 “신길동 인근지역에 사랑의 온정을 기다리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모두 섬길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우리들의 이런 작은 섬김이 뜻 있는 많은 분들의 동참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고 밝히며,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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