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드시죠.김규환
오늘(22일)은 작은 설인 동지(冬至)입니다. 오늘 정오(正午) 석불사(石佛寺 석굴암)에 맑은 햇살이 쫙 비췄을 걸 생각하면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입니다.
해가 짧아져 이러다 밤만 있는 세상이 될까 염려하다가도 동지죽 한 그릇 먹고 나면 한 살을 더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지요. 신정(新正)보다 더 기다려지는 이날은 우리집엔 대 명절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20년이 훨씬 더 지난 과거에 동지죽을 푸짐하게 끓이시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꼬추(?) 달린 남자아이들은 새알심을 만들지 말라'며 극구 말리셨지만 우겨서 내 나이만큼은 만들어야 한다고 끼어 들었죠.
정성껏 한 솥 가득 끓여서는 동쪽 담벼락에 차리고 방 윗목에 차려두고 손을 싹싹 비벼 뭔가를 열심히 빌었던 어머니. 널찍한 양푼에 담아서는 집안 곳곳에 그 붉은 팥죽을 뿌렸습니다. 방 구석구석과 벽, 천장 기둥에 훅훅 뿌려 액을 몰아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