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나무에서 발견한 새알김훈욱
봄이 되면 새들은 집을 짓고 알을 낳는데 새들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종달새처럼 땅에다 집을 짓고 알을 낳는 새가 있는가 하면 작은 나무에 집을 짓는 새도 있고, 물총새 같은 특별한 경우는 벼랑에 구멍을 파고 집을 짓는다. 물론 까치 같은 경우에는 높은 버드나무 위에 집을 지어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새집을 찾으려고 산에 있는 나무를 다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요령이 없으면 새집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야산 여기 저기를 다니면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새들 중에서 마른 지푸라기를 입에 물고 있는 새를 발견했을 때 몸을 숨기고 끈질기게 기다리면 주위를 한참 살피던 새가 땅으로 기어서 조심스럽게 자기 집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새들이 갑자기 땅으로 기어 도망가거나 멀리 도망가지 않고 주변을 돌며 울고 있으면 그 주변에는 벌써 알을 낳은 새집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집을 발견하면 매일 관찰하다 새끼가 다 자랐을 즈음에 집에서 키운다고 조심스럽게 모자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지만 제대로 키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직도 고스란히 남은 기억
이젠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았던 이런 어릴 적 기억이 아직 머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어느 날부터 사무실 근처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지푸라기를 물고 왔다갔다하는 것이 보였으나 사람 왕래가 빈번한 도심에 새가 집을 지을까, 하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한 쌍의 새가 보여 주의 깊게 살펴보았더니 높은 코코넛 나뭇잎 아래에 새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동안 집을 짓는 것 같더니 어느 날부터 한 마리의 새가 계속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매일 새의 모습을 관찰하다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어릴 적 많이 보아온 것이기는 했으나 새삼스럽게 신기한 마음이 들어 알이 부화되고 성장할 때까지의 과정을 잘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은 오후 아무리 살펴도 새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사진을 찍는데 놀란 어미 새가 몸을 숨기고 있나 하여 가까이 다가가 살피고 있으니 근처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다가와 그 새알을 자기들이 장대로 때려 깨어 버렸다고 했다. 보잘것없는 새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한동안 그 새에 대한 기억이 떠나지 않았다.
자연보호 현수막이 오히려 자연을 해치듯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오히려 해를 입힌 것 같아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필 그 곳에 집을 지었을까?
이렇게 몇 달이 흘러간 어느 날 또 지푸라기를 물고 다니는 새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새를 관찰하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작은 공원을 만들기 위해 심어 놓은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자그마한 나무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필 매일 우리가 휴식을 하면서 떠드는 곳에 집을 지을게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