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결코 어렵지 않더군요!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를 읽으며 느낀 즐거움

등록 2003.12.23 12:38수정 2003.12.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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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해박하고 구수한 문체가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저자의 해박하고 구수한 문체가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김민식
그리스 신화를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낯선 용어와 신화에 대한 두려움은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몇년새에 '신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신화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도 멀게만 느껴왔다.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이윤기 지음, 해냄)를 읽으면서 신화는 물론이고 '그리스'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저자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윤기씨의 책을 읽게 됐는데, 마치 해박한 여행 가이드처럼 구수하게 설명해주는 문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스 신화는 '현재진행형'의 유산

책은 크게 '신화에 길을 묻다', '역사에 길을 묻다', '현장에서 길을 묻다'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신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읽어볼만한 입문서쯤으로 보면 좋을것 같다. 짧은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읽기엔 전혀 부담이 없다. 더욱이 컬러로 가득한 사진, 그림 덕분에 보는 재미가 크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신화가 단순히 신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바로 오늘날까지도 우리 삶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영단어의 어원이 된 라틴어들 중에는 월, 요일은 물론이고 각 행성들의 이름까지 퍼져있었다. '테크닉', '세라믹', '포르노'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영단어들 또한 그리스 문화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들이었다.

미녀 헬레네를 둘러싼 남정네들의 혈투,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덤비는 이카로스의 만용, 과유불급을 나타내는 '3'의 의미 등. 오늘날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신화는 어쩌면 '먼 옛날,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을 보여주고 있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리스 신화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전인류에게 남겨진 현재진행형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신화는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흥미진진하게 읽을수 있을 것 같다.


찬란한 문명의 그리스, 아는만큼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 아래에 있는 아고라 박물관의 아름다운 회랑. '아탈로스 왕의 회랑'이 신고딕 건물로 복원됐다.
파르테논 신전 아래에 있는 아고라 박물관의 아름다운 회랑. '아탈로스 왕의 회랑'이 신고딕 건물로 복원됐다.김민식

올해 1월, 그리스 아테네에 다녀왔다. 터키 여행을 하면서 이웃나라인 그리스에 잠깐 들른 것이었다. 아테네 시내 자체가 유적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풍부한 볼거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리스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에 있었다.


물론 며칠 지내면서 느끼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아테네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탓인지 때묻은 모습이 여러모로 느껴졌다. 외국인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호객꾼에게 속아 끌려가기 까지 하면서 오히려 정내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파르테논 신전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그리스는 별로 인상에 남는게 없는 그런 나라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많이 가져봤다. 박물관에서 봤던 돌조각들이 단순히 돌조각이 아니라,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웠던 '오스트라키스모스(도편추방제)'에 쓰였던 도편이었다는 것을 알고 봤다면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밀려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데에 대한 반성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스를 여행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내는 저자의 능력 탁월

파르테논 신전을 지을 당시에만 해도 대형 공사인지라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오늘날까지 후손들에게 많은 관광 수입을 올려주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정치인들의 혜안 또한 한번쯤 되새겨 볼만하다.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의 '차떼기 수법'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를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

신화는 물론이고, 그리스뿐만이 아니라 서양 문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만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내는 저자의 능력을 탁월하다. 신화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한번쯤 거울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이윤기 지음,
해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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