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해박하고 구수한 문체가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김민식
그리스 신화를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낯선 용어와 신화에 대한 두려움은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몇년새에 '신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신화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도 멀게만 느껴왔다.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이윤기 지음, 해냄)를 읽으면서 신화는 물론이고 '그리스'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저자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윤기씨의 책을 읽게 됐는데, 마치 해박한 여행 가이드처럼 구수하게 설명해주는 문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스 신화는 '현재진행형'의 유산
책은 크게 '신화에 길을 묻다', '역사에 길을 묻다', '현장에서 길을 묻다'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신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읽어볼만한 입문서쯤으로 보면 좋을것 같다. 짧은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읽기엔 전혀 부담이 없다. 더욱이 컬러로 가득한 사진, 그림 덕분에 보는 재미가 크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신화가 단순히 신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바로 오늘날까지도 우리 삶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영단어의 어원이 된 라틴어들 중에는 월, 요일은 물론이고 각 행성들의 이름까지 퍼져있었다. '테크닉', '세라믹', '포르노'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영단어들 또한 그리스 문화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들이었다.
미녀 헬레네를 둘러싼 남정네들의 혈투,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덤비는 이카로스의 만용, 과유불급을 나타내는 '3'의 의미 등. 오늘날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신화는 어쩌면 '먼 옛날,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을 보여주고 있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리스 신화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전인류에게 남겨진 현재진행형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신화는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흥미진진하게 읽을수 있을 것 같다.
찬란한 문명의 그리스, 아는만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