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 안 하면' 합격 못시킨다?

등록 2003.12.25 11:49

수정 2003.12.25 17:06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입학자체를 불허한 고등학교가 있다.

2004학년도 비평준화 지역 고교 신입생 선발시 의정부시 소재 ㅇ고등학교는 한 응시생(의서중 3년 박ㅇㅇ군)이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지역 학교운영위원협의회 등 7개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 ㅇ고교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계기관은 헌법과 법률을 어긴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학교장을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요구에서 ㅇ고등학교가 내린 이번 결정이 종교의 자유(헌법 제20조)와 평등권(헌법 제11조), 교육받을 권리(헌법 제31조),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교육의 기회균등권(교육기본법 제4조), 학습자의 기본인권(교육기본법 제12조), 학교설립경영자의 법령 준수 규정(교육기본법 제16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학교측은 전기동 전 교감을 통해 "입학에 관한 일은 학교장의 고유권한이다. 입학업무 내규에 제한 규정이 있기에 불합격은 합당하다. 학생이 국기경례를 안 하겠다는데 다른 학생들과 어떻게 함께 교육시키겠느냐?"고 밝혔다.

박군의 면접카드를 확인한 결과 "…저는 싸우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때까지 살면서 싸운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 여호와의 증인이기 때문에 국민의례는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이해해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 의정부 o 고의 입학전형에서 수석합격자는 ㅎ중학교 김00군으로 내신 148.02점, 지필 58.5점으로 총점 206.52이었고, 최소점 예비 합격자는 총점이 124.24점으로 박군의 내신 점수만 124.88점이므로 박군은 지필고사를 0점 맞아도 합격이 가능했다. (박군의 설명으로는 지필고사에서 50점 이상 맞았다고 했다) 점수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합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특정종교인이 군 징집거부와 집총거부로 병역법과 군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는 사례는 있으나 고교에서 종교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한 것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정부 지역의 고교 입학사례를 조사해 본 결과 의정부시의 ㄱ재단내 3개 학교에서도 면접시 종교를 물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믿는 다른 종교를 무시하고 입학할 경우 꼭 교회에 나가야 한다고 강요한다는 것.

이는 종교의 자유, 종교 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 교육받을 자유 등을 규정한 헌법에 정면위배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 단체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청와대 진정과 경기도 교육청에 공개 질의를 통해 빠른 사태해결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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