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나뭇가지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기암괴석이종찬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고 계십니까?"
"으응. 오랜만에 가오리연을 보니까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일붕사란 팻말이 붙은 저쪽으로 갈까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안내표지판조차 하나 없으니..."
"글쎄 말이야. 아무리 좋은 음식도 수저가 있어야 먹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겠어. 그리고 기왕 간판을 세우려면 '일붕사-봉황대'라고 써놓으면 오죽 좋아."
그랬다. 의령군 소재지에서 봉황대로 가는 길에는 아무리 눈빛을 두리번거려도 '봉황대 가는 길'이라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일붕사란 간판도 너무나 작고 초라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우리처럼 초행길에 나선 사람들은 일붕사 간판을 바라보고 봉황대 쪽으로 달려가다가도 혹여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하고 차를 되돌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붕사까지 가는 길목을 한동안 달려도 간판이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붕사 입구에 도착하더라도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암괴석이 줄지어 늘어선 일붕사 입구에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봉황대란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암괴석 맞은 편에 '봉황' 이란 식당 간판만 하나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