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늘상 있어야 할 눈이 오지 않고 있었다. 건데 바로 31일부터 계속 내리는 이 눈이 새해엔 풍년을 암시하려나? 게디미나스 성탑에서 바라본 빌뉴스 대성당 모습최대석
날씨나 정황으로 새해의 운세를 예측한다. 설날 날씨가 맑으면 풍년이다. 몹시 추우면 부활절은 아주 따뜻하다. 아침에 온통 서리가 뜰에 앉으면, 좋은 해이다. 안개가 끼면, 전염병과 질병이 맹위를 떨쳐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함박눈이 내리면 젖소는 젖을 많이 낸다.
뜰에 까치가 많이 모여 지저귀면, 일년 내내 손님이 많고 행복하다. 첫 손님이 여성이면, 불운한 해이고, 남성이면 운이 좋은 해이다. 설날에 넘어지는 사람은 일년 내내 재수가 없다. 설날에 들은 첫 소식이 좋으면, 일년 내내 좋은 소식이 많다.
설날에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총각들은 처녀들에게 새 베틀, 연인을 기원했고, 처녀들은 총각들에게 귀여운 여인, 보드카를 기원했다. 젊은이들은 선령(善靈), 악령(惡靈), 저승사자, 거지, 동물 모습 등을 한 옷을 입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풍작을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음식물로 환대했고, 선물도 주었다.
설날에 한 태도가 일년 내내 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투거나 싸우지 않았고, 많이 웃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벌을 주지 않았고, 아이들은 착하게 행동했다. 부부는 서로의 앙금을 지우고 마음을 맞추기 위해 사과를 나누어 먹었다. 제마이티야 지방에서는 지난해의 잡귀들을 쫓기 위해 짚다발을 불태우기도 했다.
오늘날 리투아니아인들은 옛 사람들이 진지하게 해오던 이러한 점술이나 놀이로 인생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것을 실제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통해 온 가족이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요즈음 이러한 놀이 풍습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많은 젊은이들은 그믐날 저녁부터 설날 아침까지 마음껏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보낸다.
거울 속에서 미래 남편을 찾으려고 애쓰는 처녀의 간절한 모습, 마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풍작을 기원하는 젊은이들의 예절 있는 모습, 앙금을 씻고 한 마음을 이루기 위해 사과를 나누어 먹던 부부의 정다운 모습 등을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아쉽기도 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