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에는...

창 밖 일출의 장관을 보며 갑신년 새해 소망을 가져봅니다

등록 2004.01.01 12:52수정 2004.01.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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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세 식구 모두 건강했으면, 그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약한 아내와 달리기 같은 간단한 운동이라도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새벽녘에 일어나 아파트 바로 뒤편 등산로를 따라 아침 운동을 나가고 주말 같은 때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가까운 근교의 산을 찾아 쉬엄쉬엄 올라보고도 싶습니다.

제 아들 녀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난해처럼만 건강했으면 합니다. 가끔씩 부딪치거나 넘어져 크게 다친 적은 있었으나, 별다른 병치레 한 번 하지 않고 자라준 것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제가 요즘 감기를 앓고 있지만, 몇 년만에 온 귀한(?) 손님이라 잘 대접해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이것을 액땜 삼아 갑신년 새해에는 우리 식구 모두 건강했으면, 그로 인해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2. 헛된 욕심 다 버리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살고 싶습니다.

우리 세 식구는 '부자'입니다.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쪼들린 적도 없고, 문화적으로도 그 어느 가정 못지 않게 윤택한 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귀한 음식을 먹어보거나, 값비싼 옷을 입어보지는 못했지만, 읽고 싶은 책을 주저함 없이 사서 읽었고, 주말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여행하며 여유도 만끽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욕심'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행복해야 한다는, 앞서가야 한다는, 성공해야 한다는 그런 '집착'들 말입니다.

새해에는 바꿔 보렵니다. 남들'보다'가 아닌, 남들'처럼', 꼭 남들'만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자면, 남들이 부자가 되고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 '각오'처럼 제 식구들도 부자가 되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얼마전 제 식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도움을 요청하는 공고문이 엘리베이터마다 붙었습니다. 10살 남짓한 한 아이가 소아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아울러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 오래 전부터 제 지갑 한 구석에 꽂혀있던 10만원권 수표 한 장을 꺼내 관리사무소에 기부했습니다. 오랫동안 제 지갑 속에서만 맴돈 그 돈이 그제야 진짜 주인(?)을 찾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마저 가벼워졌습니다.

새해 소망을 적고 있는 지금, 제 지갑을 열어 봅니다. 8만원과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이 담겨 있습니다. 그 돈은 제게 -적어도 지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지만, 어떤 이웃에게는 건강과 생명까지 지켜낼 수 있는 '엄청난' 액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내달리면서 잊혀져 갔던, 주변을 둘러보는 따뜻한 마음을 새해 가슴 깊이 새기고 싶습니다.

3.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아이 키운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며, 아내와 저 모두 두 해 동안 책을 등한시 해 왔습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현실을 인식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 독서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책을 멀리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아들 녀석도 엄마, 아빠의 말을 비교적 또렷하게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책상머리에서 무릎에 앉히고 책과 함께 노는(?) 모습이 그리 어색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 후로는 아내와 저는 좀처럼 TV도 켜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차를 마시고 아이의 장난감 방(?)으로 가서 함께 놀아주고 그림책 읽어주는 것이 저녁 무렵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두 돌이 다 되어 가는 아이와, 두 해째 쌓인 육아의 노하우(?)가 책을 읽을 만한 여유를 줄 듯도 합니다. 자투리 시간을 틈틈이 내어 책과 다시금 친해지는 한 해를 가꿔가고 싶습니다.

4. 옳지도, 떳떳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아 제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요즘 '철이 든다', '현실에 물든다'라거나 '적당히 때 묻히며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어느 광고의 카피에서처럼 모두가 다 '예스'할 때 홀로 '노'라고 대답할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 있다라고 자부해왔건만, 사회인 생활 7년만에 스스로 돌아본 자화상은 제 믿음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채 서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나 온 시간을 돌이켜보건대, 분명 옳지 않은 것인 줄 알면서도 '서로 얼굴 붉히기 싫어서' 아니 그저 '귀찮아서' 눈 감아버리고 피해버렸던 일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마저 난감한 총체적 부패 구조 속에서 한 소시민의 힘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체념하고 좌절하기를 수십 수백 번, 이제는 관심조차 희미해짐을 느꼈습니다.

'체념과 좌절은 기득권의 온상'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골리앗 앞의 다윗이 되어라'며 내모는 도덕 교과서의 허위와 위선을 탓하고 꼬집기에 바빴습니다.

대학 시절 정의를 향해 솟구쳤던 순수했던 열정은 아닐지라도, 제게 주어진 여건과 공간, 그리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도 소신 흔들리지 않은 채 이 세상에 적당히 길들여지지 않고, 과연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과연 제 자신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일인지 깊이 고민하며 묵묵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새해의 소망을 제 방 창가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적어보고 다짐하노라니 힘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집니다. 갑신년의 첫 날 아침, 기지개를 켜며 제 결연한 의지를 다시금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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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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