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해수욕장 모래톱 위에 남은 바람의 흔적들, 파도처럼 불어온 바람은 어지러이 흩어진 사람의 발걸음을 아름다운 물결로 묻어 주었다. 2003 한해도 저렇게 묻혀지는 것이리라.정근영
넓게 펼쳐진 다대포 해수욕장 모래톱, 그 위로 파도처럼 바람이 흘러간다. 숱한 발자국들이 모래 위에 덮이고 만다. 그리고 아름다운 작은 물결을 남는다. 그 물결 속에 어지러이 흩어졌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묻혀 있다. 이제 우왕좌왕 어지러웠던 한해 바람결 속에 다대포 해넘이 축제 속에 날려보내자.
낙동강. 한반도 남단 바윗돌을 뚫고 산길을 돌아 산과 들을 묶고 마침내 낙동강 하구 이곳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몸을 푼다. 흔히들 낙동강 칠백리라고 하지만 낙동강의 길이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이 있다. 낙동강의 길이를 두고도 우왕좌왕하는 것인가. 낙동강은 1차수 1634곳, 2차수 397곳, 3차수 85곳, 4차수 21곳, 5차수 5곳, 6차수 1곳에 이르러 드디어 낙동강 본류를 이룬다.
이렇게 수많은 시내가 모이고 작은 강이 모여 낙동강이 되었다. '낙'의 동쪽강, 그 낙은 가락이라고 한다. 가락 곧 가야국의 동쪽에 자리잡은 낙동강, 그 강은 한반도 남쪽을 하나로 묶고 있다. 가락과 신라를 묶고 백제를 묶는 한반도의 핏줄이다.
강원도 황지, 아니 천의봉 너덜샘에서 시작한 낙동강물이 흐르고 흘러 태평양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낙동강 하구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이제 2003 한해를 바람결에 날려보내고 있다. 저 푸른 강물 속으로 흘려 보내고 있다. 다시는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한해일지도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한해가 아닐까.
날이면 날마다 최루탄을 뒤집어쓰며 눈물을 흘렸고 화염병으로 밤하늘을 밝히고 계엄령이며 긴급조치로 번득이는 총칼 밑에서 제대로 숨을 죽여야 했던 지난 날을 생각한다면 2003 한해는 행복했던 한해였노라고 말할 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