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 곧 생활인 박화숙씨김경아
"직장에 다녀요?”
"제 이웃 한분이 묻더군요. 매일 아침 집을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니까 돈벌러 나가는 줄 알았나봐요.”
자신을 직장인으로 오해하는 이웃에게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는 이는 박화숙(44, 대전 동구 용운동)씨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로서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모습이 있다. 바로 1년 365일 봉사가 그것.
양로원·고아원 시설 방문 봉사, 노인 목욕 봉사, 도시락 배달 봉사 등 일주일 스케줄은 정기적인 활동으로 꽉 짜여져 있다. 그 밖에 나머지 시간은 인연을 맺은 독거노인과 함께 보내고 있다. 이처럼 하루 일과는 여느 직장인 못지않게 빡빡하게 돌아간다.
자신을 가꾸는 시간보다 남을 위해 살고 있는 그녀의 인생은 어릴 적 어머니 영향이 컸다.
"시골 마을 어귀, 울타리 넘어 마당이 있는 자그마한 집에 살았죠. 한 편에는 우물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 한 대접 마시러 들르곤 했어요. 어머니는 그들이 벌컥벌컥 물 마시는 모습만 보고도 배가 고픈 지 알아차리고 부엌에서 먹을 것을 주섬주섬 챙겨 나누어 주었죠.”
없는 살림에도 베푸는 미덕을 지닌 어머니.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성장했고 그 성품 그대로를 이어 받았다.
남편의 발령으로 대전으로 이사 오기 전 그녀는 부산에서 살았다. 미용실을 운영했고 일주일에 한번 쉬는 날은 어김없이 양로원을 방문했다.
"노인들 머리를 다듬어 주는 일을 했어요. 그 때 결심한 것은 ‘봉사는 딱 10년만 하자’하는 생각였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쉽게 손을 놓아 버릴 수 없었죠.”
그녀에게 봉사는 중독이었다. 지난 95년 대전이라는 낯선 도시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봉사할 곳을 찾는 것이었다.
"마음만 있으면 봉사할 곳도 많고 방법도 다양하죠.”사는 지역만 다를 뿐 봉사는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