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사진 전시회에 구경 오세요

[헌책방 나들이 54] 저도 사진 전시회를 합니다

등록 2004.01.02 11:53수정 2004.01.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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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전시회를 알리는 안내종이입니다.
헌책방 사진 전시회를 알리는 안내종이입니다.윤종열,최종규
<1> 제3회 헌책방 사진 전시회 소개

헌책방 사진 전시회를 합니다. 오는 3일부터 3월 28일까지 토요일과 일요일 전시회를 엽니다. 올해로 어느덧 헌책방 사진 전시회도 세 번째입니다. 지난 2000년에 서울 신촌에 있는 헌책방 <숨어있는 책> 안에서 빨랫줄에 사진을 걸고 처음으로 전시회를 했어요.


다음으로 2001년에는 서울 홍제동에 있는 헌책방 <대양서점>에서 빨랫줄 전시회를 했고요. 2004년 올해에 하는 세 번째 사진 전시회는 인천 <아벨서점> 전시관에서 합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번듯한 전시관에서 합니다.

<아벨서점>은 지난해 1월에 전시관을 따로 열었어요. 일손이 바빠 전시관을 날마다 열지는 못하고 주말에만 연답니다. 그래서 이번 "제3회 헌책방 사진 전시회"도 주말에만 하는 것으로 1월부터 3월까지 합니다.

이번 제3회 헌책방 사진 전시회에서는 2002~2003년에 찍은 헌책방 모습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헌책방 54곳, 사진 99점을 전시합니다. 1회, 2회 전시회 때는 40~50점만 전시했어요. 이번에는 갑절로 늘었어요.

지난 1회, 2회 때는 헌책방 한 곳에 한 장씩만 골랐으나, 이번에는 헌책방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으로 골랐기에 한 곳 모습을 여러 장 내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헌책방 사진 전시회를 여는 까닭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삶과 문화에서 사라지고 잊혀지는 헌책방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까닭이에요. 다른 문화재나 문화공간도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차츰 사라지거나 잊혀지잖아요? 헌책방도 마찬가지로 사라질 수 있고 잊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책이 있고 책 문화가 존재하는 한, 새책방과 도서관 그리고 헌책방은 언제나 함께 할 것이라고 여겨져요. 그래서 이런 헌책방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헌책방만 사진으로 찍었고, 기록으로 남기려고 다닐 수 있는 곳까지 다 다니며 헌책방 모습을 남기고 있어요.

또 한 가지 까닭이 있습니다. 그건 헌책방이라는 곳을 보통은 구질구질하고 낡으며 싸구려인 책만 다루는 곳이라고 여기거든요. 그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싶어요. 헌책방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있는 그대로 느끼기를 바라요.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로 헌책방을 바라보고 느끼면서, 헌책방마다 가득한 좋은 책들을 사람들이 즐겨 찾아서 읽기를 바라고요.


도서관이나 새책방과는 또 다른 책 문화를 느끼는 헌책방이거든요. 그저 잊혀지거나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는 헌책방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헌책방을 추켜세우거나 일으키고픈 마음은 없답니다. 우리가 즐겨서 찾아보는 책이 있는 곳이고, 마음 넉넉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마을 쉼터, 동네 쉼터인 헌책방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고, 그동안 담은 사진 가운데 아흔아홉 점을 내보이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2> 어떻게 사진을 찍어왔는가

전시회 소개

- 곳 : 인천 <아벨서점> 전시관
- 때 : 2004년 1월~3월 (주마다 토, 일요일)
- 여는 때 : 아침 11시~저녁 6시
- 전시하는 사진은 누구나 무료로 구경할 수 있습니다.
- 전시하는 사진이 마음에 드는 분은 사진을 사실 수도 있습니다.
- 연락할 곳 : http://hbooks.cyworld.com
저는 헌책방 사진을 지난 1998년부터 찍었습니다. 1998년에는 몇 장 찍지 않았고 1999년부터 차근차근 헌책방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1999년부터 헌책방 사진을 본격으로 찍었는데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아무리 오랜 단골이라 하더라도 제가 사진기를 들면 다들 싫어하셨거든요. 찍지 말라고 손사래치던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뭘 찍느냐고, 뭐가 보기 좋아서 찍느냐고 하셨고, 사진을 찍으려면 책 보러 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헌책방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안 계시거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책방 모습을 잘 담을 수 있는 사진을 몰래몰래 찍었어요. 그렇게 여러 달 몰래몰래 사진을 찍은 다음 잘 나온 사진을 크게 뽑아서 가지고 갔습니다. 책 값을 셈하면서 그동안 찍은 사진을 슬며시 보여드렸습니다. 그렇게 현상한 사진을 가지고 와서 보여 드리니 많이 누그러지셨어요. 모두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시큰둥하게, 귀찮게 여기셨는데, 틈틈이 가져다드리는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실 때도 있고, 좀 더 잘 찍어 보라고도 말씀하시고, 헌책방 책손님들도 그 사진을 보며 좋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가까스로 헌책방 사진을 찍는 일을 이을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제가 그냥 사진만 찍는 사람이었다면 헌책방 사진은 몇 장밖에 못 찍었으리라 봅니다. 헌책방을 오래도록 꾸준히 다니는 사람이었기에, 그리고 헌책방 이야기를 글로 써서 인터넷에도 띄우고, 헌책방 소식지도 함께 엮었기에, 그나마 귀엽게(?) 봐주시면서 쑥스러워하는 얼굴과 모습으로 제 앞에서 모델도 되어 주셨지 싶습니다.

전시하는 사진 목록

가람서점 (1장)
골목책방 (4장)
공씨책방 (1장)
광화문 경향신문 앞 노점 (1장)
굴다리 헌책방 (1장)
그린북스 (1장)
날개서점 (1장)
대방 헌책방 (2장)
대양서점 (4장)
대오서점 (3장)
대전 육일서점 (1장)
들머리 헌책방 (2장)
명문서점 (1장)
모아북 (1장)
문우당 (1장)
문화당서점(연신내) (1장)
문화책방 (1장)
부산 고서점 (1장)
부산 헌책방거리 (1장)
뿌리서점 (8장)
삼선서림 (1장)
삼우서적 (1장)
서울북마트 (1장)
숨어있는 책 (4장)
신고서점 (2장)
신일서점 (1장)
어제의 책 (1장)
연구서원 (1장)
영광서점 (1장)
오거서 (1장)
온고당 (2장)
우리글방 (1장)
원천서점 (1장)
인사동 손수레 아주머니 (1장)
인천 헌책방거리 (2장)
인천 삼성서점 (1장)
인천 아벨서점 (6장)
인천 한미서점 (1장)
인헌서점 (1장)
작은우리 (2장)
정은서점 (2장)
제주 책밭서점 (1장)
조은책방 (2장)
종로 손수레 할아버지 (1장)
중국 연길 낡은서점 (1장)
중국 유리창과 길거리 (3장)
창동서점 (1장)
책나라 (2장)
책방 진호 (2장)
책의 향기 (1장)
책창고 (1장)
천지서점 (1장)
청계천 헌책방거리 (2장)
최교수네 헌책방 (1장)
풀무질 (1장)
합서점 (2장)
헌책백화점(청구) (3장)
흙서점 (3장)

(`풀무질'은 헌책방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이 좋아서 넣었습니다)
제대로 헌책방 사진을 담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라고 할 수 있으니, 지난해까지 꼬박 다섯 해입니다. 다섯 해 동안 헌책방을 찾아갈 때마다 늘 한쪽 어깨에 사진기를 메고 사진기 단추를 눌러 제꼈습니다. 그동안 헌책방 아저씨나 아주머니도 사진 찍히는 일에 많이 익숙해지셨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제가 사진기를 들고 단추를 눌러도 얼굴빛이나 일하는 모습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때론 그날 기분 안 좋은 일이 있거나 몸이 안 좋으실 땐 싫어하심을 느껴요. 그땐 미처 몰랐기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사진기를 가방에 집어넣습니다.

제가 사진 찍는 길을 이끌어 주는 스승님이 여럿 계십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제게 말씀하길, 여섯 해 동안 꾸준히 찍는다면 무언가 하나 빛을 볼 수도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따지고 보면, 헌책방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해는 1998년이지만 본격으로 헌책방 사진을 담은 때는 1999년이니, 2004년 올해까지 부지런히 헌책방 사진을 담으면 비로소 여섯 해를 채우며 뭔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이야기를 나눌 만한 사진을 모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저 스스로도 느낍니다. 싸구려 장비조차도 사기 힘든 가난뱅이에서 헉헉거리며 장비를 하나둘 갖춰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리고 1999년 겨울, 지금 제가 주 사진기로 쓰는 캐논 이오에스 5번 장비를 사 주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제가 하는 일을 `평생 뒷바라지' 하는 셈치고 사주셨어요. 그분이 그때 사주신 사진기는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하도 오래 갖고 다니고 쓰느라 손잡이 쪽은 아주 맨들맨들해졌고 사진기끈도 너덜너덜하답니다.

1998년에는 사진기를 두 번 도둑맞았습니다. 신문사 지국에서 일할 때입니다. 새벽에 신문 배달 나간 틈을 노려서 빈 지국을 턴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 한번 도둑맞았고, 지하철을 타며 사진기와 노트북이 든 가방을 짐칸에 올려놓고 깜빡 잠들었는데, 그때 몰래 제 가방을 가져간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두 번 도둑맞았어요. 그래서 그때 참 크게 절망했습니다. 그때는 한 달 벌이가 16만 원이었는데, 교재 사고 책 사고 뭐하고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던 가운데 노트북까지 도둑맞았으니. 게다가 사진기는 두 번이나. 도둑맞은 일은 오래도록 씻지 못하는 어려움이자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에서 여러 모로 도와주었고, 제가 잃어버린 사진기(그 사진기는 후배 것을 빌려서 쓴 건데, 나중에 돈 모으면 사주기로 하고 넘어가 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를 갈음할 좋은 사진기를 장만해 주신 분들이 있었고, 모자란 사진을 찍을 때 이렇게 찍으면 좋다, 저렇게 찍어 보라고 하나하나 꼬집어준 사진학과 교수님, 사진관 아저씨와 누님들이 지금 이런 사진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큰힘이 되었습니다.

<3> 사진을 찍는 마음

언제나 듣는 이야기이며 언제나 가슴에 새기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구나 저는 싸구려 장비에 싸구려 필름으로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더더구나 가슴에 새기는 이야기입니다. "장비가 비싸고 좋다고 좋은 사진을 찍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값싼 장비로 늘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다"란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예요. 자기 눈과 마음에 다가오는 가장 좋은 모습을 놓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거든요. 이 말은 1998년에 사진학과 교수님에게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말을 되새기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이젠 싸구려 필름을 쓰진 않아요. 싸구려 필름은 값이 싼 만큼 애써 찍은 사진을 날려버릴 때가 잦아서 쓸 물건이 못 된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퍽 비싼 필름을 쓰지만 가장 좋은 필름은 아닙니다. 다만 애써 찍은 사진을 날리는 일만은 없어요. 그리고 필름값도 많이 드는 까닭에 사진 한 장 찍으면 500~700원씩 날라간다는 사실을 늘 되새기면서 찍어요. 36방 한 통을 찍으면 보통 15000~20000원이 날라가는 셈이랍니다. 그런 사진을 여태껏 여러 백 통 찍었고 2004년까지 찍으면 그동안 찍은 사진이 1000통이 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헌책방 <아벨서점>과 전시관을 찾아오는 길을 그린 그림입니다.
헌책방 <아벨서점>과 전시관을 찾아오는 길을 그린 그림입니다.윤종열,최종규
잡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여러 모로 도움을 준 아내와 안내종이를 꾸며준 선배와 그동안 제 사진을 잘 만들어준 사진관 분들과 필름을 대어 준 곳 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더불어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헌책방 이야기를 꾸준하게 지켜보아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인천 <아벨서점> 전시관이나 헌책방 <아벨서점>을 찾아오실 때는 전철을 타고 오시면 가장 좋습니다. 국철 `도원역'에서 내린 다음 오른쪽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조금 걷다가 만난 조그만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서 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면 옆으로 `인천 세무소'와 `창영교회'를 지나요. 그렇게 죽 걸어가다 보면 2층에 자리한 <아벨서점> 전시관(032-766-9523)을 만날 수 있고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제 개인 누리집(http://hbooks.cyworld.com)에도 올려놓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천 <아벨서점> 전시관이나 헌책방 <아벨서점>을 찾아오실 때는 전철을 타고 오시면 가장 좋습니다. 국철 `도원역'에서 내린 다음 오른쪽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조금 걷다가 만난 조그만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서 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면 옆으로 `인천 세무소'와 `창영교회'를 지나요. 그렇게 죽 걸어가다 보면 2층에 자리한 <아벨서점> 전시관(032-766-9523)을 만날 수 있고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제 개인 누리집(http://hbooks.cyworld.com)에도 올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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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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