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수석 "내 시대는 간 것 같다"

신년 인사차 최병렬 대표 방문... 불출마 입장 거듭 밝혀

등록 2004.01.02 14:48수정 2004.01.02 16:08
0
원고료로 응원
a 최병렬 대표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인사차 찾아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인사차 찾아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2일 오전 신년 인사차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난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유 수석에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노 대통령의 농민들에 대한 설득 노력이 전혀 없다"고 지적한 뒤, "만일 대통령이 설득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야당도 FTA 동의안 처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수석은 "늦어도 6일전에 농민 대표들과 (대통령의) 회동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또 "개각이나 청와대 진용을 바꾸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얘기했던 국정쇄신과 '코드 인사는 안된다'는 얘기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는 것 같다"며 환영했다. 그러자 유 수석은 "이번 개각은 코드가 딱 맞는 인사들만 골랐는데…"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어 최 대표는 "새해에는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고 믿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생각"이라며 "새해에는 (대통령도) 야당에 대해 너무 공격하지 말고, 국민만 쳐다보며 진지하게 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ADTOP@
특히 최병렬 대표는 최근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유 수석에게 공개적으로 출마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수석은 "원내에서 8년이나 떠나 있다보니, 내 시대는 간 것 같다"며 "14대 때 당내에서 소장파였었는데, 그 때 후배들이 3선·4선 한다고 하는 판에 이제 재선한다고 나올 수 있겠느냐"고 불출마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앞서 유 수석은 조순형 민주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천에 나가라는 말이 있는데 뻘밭에서 한번 빠져 나오니 다시 들어가기 싫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병렬 대표와 유인태 정무수석의 대화 요지이다.


a 최병렬 대표와 신년인사차 찾아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오전 당사 대표실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병렬 대표와 신년인사차 찾아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오전 당사 대표실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병렬 대표 "FTA와 관련해서 우리 당이 파악한 바로는 대통령의 농민들에 대한 설득 노력이 전혀 없었다. 공식적으로 청와대 초청해서 설득해달라.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집중적으로 해줘야 한다. 대통령이 설득도 안하고 국회 동의만 필요하다면서 예산이 반영됐으니 처리만 해달라고 하면 야당도 할 수 없다. 농민들에 대한 뒷받침을 야당이 주도한 것도 여러 가지 있지만 일부는 이해하고 일부는 모른다. 우리 당 농촌지역 출신 의원들이 말하는 것도 '대통령이 너무 설득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인태 정무수석 "(국회가 열리는) 7·8일 이전에 다급히 날짜를 잡으면... 늦어도 6일전에 농민대표들과 (대통령의) 회동을 잡을 예정이다."


최병렬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보니 자연적으로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됐다. 그래서 정부에서 119조를 지원하고, 국회에서는 예산에서 6000억원을 또 추가했다. 이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나서서 설득을 하면 100%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농민 다수가 '대통령이 농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국가 대사를 막무가내로 막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그렇게 안하면 야당도 할 수가 없다. 농민들을 초청한다니 다행이지만 잘 좀 설득해달라.

개각도 그렇고, 청와대 진용을 바꾸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우리가 얘기했던 국정쇄신과 '코드 인사는 안된다'는 얘기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는 것 같다."

유인태 "이번 개각은 코드가 딱 맞는 인사들만 골랐는데…. (웃음)"
최병렬 "거꾸로 가나, (웃음) 이번 인사는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어렵다. 야당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새해에는 나도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고 믿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생각이다. 정치가 국민 고통을 수용하고, 쓰다듬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고, 대통령도 기본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믿는다. 새해에는 야당에 대해 너무 공격하지 말고, 국민 쳐다보며 진지하게 정말 잘 했으면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나."

@ADTOP_1@
유인태 "박진 대변인만 조금 덜 공격해도 나라도 훤해질텐데…. (웃음)"
박진 대변인 "대통령이 말씀만 조금 적게 하시면 좋겠다. (웃음)"

최병렬 "총선 출마는 어떻게 돼나. 공개적으로 한 번 물어보자."
유인태 "제가 원내에 쭉 있어왔으면 모르겠지만 8년이나 떠나 있다보니, 제 시대는 간 것 같다. 14대 때 제가 당내에서 소장파였었는데, 그 때 후배들이 3선·4선 한다고 하는 판에 이제 내가 재선한다고 나올 수 있겠나."

최병렬 "이제 국회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모르는구만. 선수가 파괴됐고, 초·재선이 당이나 국회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유인태 "그래서 '전 의원의 총재화'라고 하더라. (웃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