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노교수 자살 파문 한달째

“학과사수” 유서 남기고 자살...진상규명위 “학교는 진실을 밝혀라”

등록 2004.01.02 14:58수정 2004.01.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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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2월18일 교육인적자원부 앞에서 상명대 이흥연 교수 사망 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흥연 교수의 아들인 이정혁 교수(왼쪽)가 영정을 든 채 재학생과 함께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지난 12월18일 교육인적자원부 앞에서 상명대 이흥연 교수 사망 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흥연 교수의 아들인 이정혁 교수(왼쪽)가 영정을 든 채 재학생과 함께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대학 내 이권다툼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교육현실을 개탄하며 자살한 이흥연 상명대 대학원 음악학과 교수의 시신이 한 달째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유족, 학생, 교수·강사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을 받들어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

12월 26일,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 교수의 아들 이정혁 서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학교측은 대화를 거부하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인가. 정년을 2년 앞둔 노교수가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밝히고자 했던 진실이 무엇일까. 진상규명위원회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이고, 상명대 측이 매몰차게 외면하는 내용은 또 무엇인가.

“위협받고 있는 학과를 지켜달라”

지난 11월 28일 오후 6시 고 이흥연 교수는 학교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고인은 연구실에 남긴 유서를 통해 “위협받고 있는 학과(일반대학원 컴퓨터음악 전공)를 지켜달라”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고인이 유서를 통해 학과를 위협하는 존재를 명시한 것이다.

고인은 유서에 “김 교수가 우리의 현 위치를 끊임없이 파괴하려 하고 있네” 등의 내용을 적었다. 같은 학교 정보통신대학원 뮤직테크놀러지학과장인 김모 교수가 음악학과의 와해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는 것.


이에 따라 진상규명위원회는 원인 규명을 위한 정보를 취합하고 조사하는 한편 사태 수습을 위해 학교 당국과 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대화를 거부하고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한 금전적 보상만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한다.

진상위는 이번 사건이 “한 개인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한 극단적인 행동이 아니다”면서 “유서에 명시돼 있는 김모 교수는 자신이 맡고 있는 신설학과의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고인이 맡고 있던 음악학과를 와해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진상위는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이 컴퓨터음악 전공 박사과정 신설 추진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진단한다. “순수음악과 실용음악의 간극을 컴퓨터음악 전공을 도입해 좁히는 등 교육계에 이바지했던 고인이 박사과정 신설을 추진하자 김모 교수는 측근 교수와 함께 박사과정 심사에 불법적으로 간여해 ‘특별히 배울 것도 없는 이 박사과정을 왜 지원하느냐’ 등의 몰상식한 면접질문을 하면서 학과 와해공작을 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컴퓨터음악 전공 박사과정 지원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고 이흥연 교수는 11월 26일 계획적인 학과 파괴행위로 간주하고 학교측을 비판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이틀 후 이 교수는 목숨을 던져 자신의 뜻을 세상에 전했다.

이 교수의 자살 이후 진상위는 대화시도, 성명발표, 시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노력하고 있다. 12월 18일 교육인적자원부 앞 시위 이후에도 학교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진상 규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신분야 학문의 제도적 정비 시급

진상위측과는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는 학교측과 김모 교수측은 학생과 언론에는 “학내행정의 불만을 품은 노교수의 개인적인 행동이며, 진상위는 장래가 유망한 교수(김모 교수)를 음해하고 있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진상위는 “학교측이 정부 지원금을 더 타내기 위해 김모 교수를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대학원(이흥연 교수 담당)보다 정보통신대학원(김모 교수 담당)의 정부 지원금이 더 많다는 점을 학교측이 악용해 학과 내 이권다툼을 묵인해왔다는 것.

대학교수 등 교육 관계자들은 “신분야 학문의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신학문 육성이라는 미명하에 가시적인 정책에만 매달릴 경우, 대학 내 이권·세력 다툼이 끊이지 않게 되어 대학의 순수한 정신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학교측과 김모 교수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어떠한 의견도 밝히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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