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관련 유언비어는 노 정권 돕는 일"

최 대표, '문건' 파장 진화 부심... 세 대결로 내부갈등 확산

등록 2004.01.02 17:02수정 2004.01.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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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원희룡 의원으로부터 당무감사 문건유출 파동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은뒤 긴급 상임운영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원희룡 의원으로부터 당무감사 문건유출 파동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은뒤 긴급 상임운영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2003년 말 한나라당을 강타한 당무감사 자료유출 파문이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기는커녕, 2004년 새해들어 세 대결 양상까지 보이며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가 세 규합에 나서는 한편, 3일로 예정된 공천신청 접수 취소·연기를 요구하는 등 최병렬 대표와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양정규·최돈웅 의원 등 전국 시·도지부장들도 이날 자체 모임을 갖고 연찬회 개최와 공천심사위 재구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최병렬 대표는 "한번 정해지면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가야 한다"며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최 대표는 오는 4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사태에 따른 입장을 표명하는 등 내부 갈등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내부 갈등이 본격화됨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최 대표의 기자회견 효력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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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부장 '구당 모임' 결성... "현 지도부, 사태 심각성 인식 못해"

양정규(제주)·신경식(충북)·최돈웅(강원)·박원홍(서울)·이경재(인천) 의원 등 일부 한나라당 시·도지부 위원장들은 2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무감사결과 문서유출 파문과 관련 대책 모임을 가졌다.

박원홍 서울시지부장은 모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시·도지부 위원장회의는 어느 계파나 당무감사 성적과 상관없는 선출직 위원장들의 모임으로, 객관성·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활성화하기로 했다"면서 "구당(救黨) 모임의 성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현 지도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인식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 비상대책위 즉시 해체 ▲ 조속한 시일내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개최 ▲ 공천 신청 및 심사 연기 ▲ 공천심사위 재구성 ▲ 최병렬 대표 기자회견 또는 성명서 발표를 통한 `명예실추' 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가시적 명예회복조치 등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또 "최병렬 대표는 국회의원 75명이 서명한 문서를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당헌당규에 의하면 2개월마다 연찬회를 정기 소집하게 돼 있고, 5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연석회의를 개최하게 돼있다"며 오는 5일 연석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이날 모임은 참석자 외에도 권철현 부산시지부장, 윤한도 경남도지부장 등이 대리인을 보내 동참의 뜻을 표했고, 이규택 경기지부장과 김영구 전북지부장은 모든 결정 사항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는 31일 당무감사 자료 파문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종책임자인 최병렬 대표가 직접 전국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전모를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는 31일 당무감사 자료 파문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종책임자인 최병렬 대표가 직접 전국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전모를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최병렬 "문건 관련 유언비어는 노무현 정권 돕는 일"

시·도지부장 모임이 끝난 시각, 한나라당사에서는 최병렬 대표 주재로 상임운영위원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도 상임운영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양정규 위원장은 "과거 공화당 5·6공 때 여당에서 공천이 안되서 야당에 와 공천받아 당선된 사람이 상당히 많다"면서 "도덕적으로 말이 안되지만 정말 정당한 사람이 (여당에서) 공천 안되면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공천 신청 및 심사 연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병렬 대표는 "그것은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고유권한"이라고 일축했다. 최 대표는 특히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 "총선을 앞두고 동지들에게 너무 큰 타격을 줬기에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부총장, 조직국장도 책임지는 상황까지 왔다"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인데, 굉장한 억측과 조작된 유언비어를 뿌려서 상황을 온당치 못하게 끌고가려는 분위기는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주류에 대해 성토했다. 다음은 최 대표의 발언 요지다.

"너무나 유감스런 상황이다. 어떤 목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것까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얘기로 당 분위기를 흐트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다. 객관적 시스템 속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당 대표가 백지화시켰고, 누누히 아무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재료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정리했는데도 마치 당 대표가 유출했다느니, 선제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느니, 이 무슨 황당한 얘기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함부로 무책임하게 하기에 강조드리는 것이다.… 억울하게 당했다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돌아앉아서 수근수근 할 것도 아니고 해서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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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경필·이해구·양정규 상임운영위원은 "불신과 상처를 며칠 사이라도 어루만진 다음에 공천심사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 "그런 유언비어·억측 등 어려운 문제가 진행되고 있고,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니, 이것을 가라앉히고 정리하는 입장에서 '쿨다운'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천신청 연기 등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구성된 공천심사위의 일정에 대해서는 대표도 개입할 수 없다"며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은) 마음먹고 한 말"이라며 "내가 모 신문기자에게 수표를 줬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정말 내가 놀라 자빠진 것은 상임운영위원의 두 젊은 의원에게 (당무감사 결과) 문건을 보여주고, '이 정도 쳐내면 됐냐'고 물었다는 등의 악의적인 얘기가 떠도는 것"이라고 불쾌해 했다.

특히 최 대표는 비주류와 시·도지부장의 연찬회 개최 요구에 대해 "언로가 막힌 것도 아닌데, 꼭 연찬회를 열어서 얘기할 필요가 있느냐"며 "연찬회를 열어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이냐"고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앞서 최 대표는 지난 1일 신년인사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건유출 경위는 진상조사단 보고를 듣고 판단하건대 누군가가 당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로 고의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서 전 대표측을 겨냥한 것.

이에 대해 서청원 전 대표측은 "최 대표가 음모론까지 거론하며 우리를 겨냥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문건은 최 대표의 측근 중 한명이 흘렸을 것이라는 정황도 있다"고 반박했다.

서 전 대표측은 또 "금주말까지 지역 등 그룹별로 의원들간 모임이 이어지면서 '살생부'에 따른 조직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최 대표측이 연석회의나 공천심사위 재구성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주초 본격 대응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해, 최 대표와 서 전 대표간의 대결양상 등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렬 대표와 김문수 공천위원장이 2일 오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병렬 대표와 김문수 공천위원장이 2일 오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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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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