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팔봉산에 다녀와서

등록 2004.01.04 13:28수정 2004.01.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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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은 서산이 자랑하는 산이다. 361m로 그리 높지 않고 그 형세가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마을을 품에 안은 듯 정기 있게 솟아 있다. 여덟 개의 산봉우리가 줄지어 있다고 해서 팔봉산이라 이름 지어 졌다고 한다. 작은 산이지만 산세가 아름답고 맑은 공기와 산 아래로 보이는 전망이 볼만하다.

우리는 새해를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서산에서 맞이하기로 했다. 모두들 12월 31일에 늦게자서 늦잠 중인지 하나도 막히지 않고 서산까지 갈 수 있었다.


팔봉산은 서산 나들목에서 32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대산 방향으로 가는 29번 국도를 만나 팔봉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나는 팔봉산이 처음은 아니다. 팔봉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차가 한대밖에 드나들지 못하는 좁은 길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방향에서 오면 넓은 길이 나 있다고 한다.

멀리서 봐도 팔봉의 봉우리는 예사롭지가 않아 주변의 다른 산들과 한 눈에 구별된다.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니 많은 아주머니들이 나와 곡식과 채소를 팔고 있다.

지난 번에는 사람이 하도 없어 관광객보다 파는 아주머니 들이 더 많은 듯했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그런지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이 흥정을 한다. 우리도 고구마를 사고는 이따 내려와서 마저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책길처럼 완만하다. 조금 올라가자니 1봉과 2봉이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먼저 1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올라가면서 보자니 여러 모양의 바위들이 곳곳에 있다.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모양의 바위들을 모아 놓은 듯하다. 일러주지 않아도 거북 바위 물곰 바위하고 저절로 이름이 떠오른다.

1봉은 높지는 않지만 바위들의 모양이 아기자기하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호랑이가 하늘을 보고 있는 듯한 호랑이 바위이다. 저 호랑이는 하늘을 보며 뭐라고 부르짖고 있는 것일까?


제 1봉 호랑이 봉
제 1봉 호랑이 봉김인순
다시 갈림길까지 내려와 2봉쪽으로 향했다. 여태까지보다 훨씬 높고 가파르다. 곳곳이 계단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도 산을 따라 올라가면서 방금 전에 보았던 1봉이 눈 아래 로 보이기도 하고 저 아래 마을에 집과 논이 한가롭게 보이는 것이 산을 오르는 맛을 더해준다. 산에 오르면 넓은 가슴으로 사물을 대하게 된다는 것은 이런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번에는 아래쪽으로 바다도 보였는데 오늘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제2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
제2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김인순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별로 기운이 나지 않았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는 시봉이는 더했다. 우리는 3봉 가까이 있는 헬기장 부근에서 기권을 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거의 수직 절벽으로 보였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갈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거기서 그만 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일행은 돌아오지 않았다. 먼저 주차장에 가 있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내려왔다. 그때 이미 점심 때가 지나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어송방면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물어물어 어송리를 찾아가보니 우리가 오른 산의 반대편 기슭이었다. 일행은 몇 킬로를 걸었는지 거의 초주검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하산로가 없어 거의 산을 완주했다는 것이다.

함께 올라간 사람들이 모두 그랬다는데, 그래도 우리는 일행의 일부가 주차장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다행이지 일행이 모두 함께 움직인 사람들은 거기서부터 차를 가지러 다시 걸어가야 했다.

원래 목표는 산을 갔다가 바닷가로 가는 것이었지만 모두들 너무나 지쳐 바다는 생략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점심을 먹는 일이 더 급했다. 차에 타자마자 모두 쓰러져 자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피곤한가보다.

다운이는 아직도 하산로라고 표시된 곳이 깍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봉우리를 넘어온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아마 이애에게 팔봉산 등산이 무척 고생스러웠겠지만 나중엔 좋은 추억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모든 고생이 다 그렇듯이

덧붙이는 글 | 새해 첫날 서산 팔봉산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새해 첫날 서산 팔봉산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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