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의장 후보들 재통합불가 한목소리

경선 뒤 '재통합파' 현지도부와 마찰 예상

등록 2004.01.04 15:46수정 2004.01.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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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열린우리당 일부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서 재통합·연합공천론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자 당 의장 후보들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소리"라고 일축하고 나서면서 재통합론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과의 화해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일부 온건파 후보들도 재통합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반대쪽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선 이후 구지도부 '재통합파'-신지도부 '재통합불가파' 구도로 당내 세력판도가 새롭게 짜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만약 신기남, 김정길, 이부영 등 재통합 강경 반대파가 당 의장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새지도부와 구지도부 사이의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일 오전 열린 KCTV제주방송 주최 합동토론회에서 8인의 당 의장 후보들은 민주당과의 재통합 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지역 대의원들의 표심 잡기에 진력했다.

한 때 민주당을 '형제당'으로 칭하며 재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던 정동영 후보는 이 자리에서 "227개 지구당에서 양당 후보로 뛰는 분이 얼마인데 재통합을 할 수가 있느냐"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후보는 "우리당 지지율이 1등이 되는 순간 민주당은 기울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며 "일부 지도자들 가운데 연합공천 혹은 재통합을 소신으로 가지고 있는 분이 있는데 앞으로 이런 주장을 접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청산하고 당무회의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하면 '재통합'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 장영달 후보도 "대화는 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한 발 물러서며 다소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장 후보는 "민주당과 재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재통합론자로 인식되는 데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장 후보는 "적어도 우리당이 척추를 이루고 그 외연에 전문가 등 다양한 집단이 붙어야 한다"며 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외연확대 차원에서 민주당과의 공조는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경 후보는 "분당을 피하기 위해 7개월간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되지 않은 통합"이라며 "이제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다. 앞을 보면서 대의를 알려나간다면 지지는 돌아온다"고 밝혔다.


일관된 재통합 반대파들은 보다 강경한 어조로 '통합불가론'을 부르짖으며 타후보군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기남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컬러TV, 민주당을 흑백TV에 빗대며 "어떻게 흑백TV로 가려고 하느냐"며 당내 중진급 재통합론자를 비판했다.

김정길 후보도 "지지율이 낮다고 이당 갔다 저당 갔다고 하면 우리는 지지를 받기 힘들다"면서 "그럴 바에 왜 분당했느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전쟁에 임한 장수가 우리가 졌을 때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면서 재통합 논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87년 민주화 운동세력의 결집체라는 열린우리당의 민주적 정통성을 내세우며 이 후보는 재통합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우리당은 이번 총선만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하기도 했다.

후보간 약점공략 본격화, '김빠진' 경선 달아오르나
장영달-이부영, 허운나-이미경, 김정길-정동영 비판 본격화

'김 빠진'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당 의장 유력후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오마이뉴스 공동주최 1차 후보합동토론회 이후 '후보간들의 파이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차별화 전략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열린 KCTV제주방송 토론회에서 8인의 당 의장 후보들은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 왔던 상대 후보의 '약점'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유발하는 등 차별성 부각에 유난히 공을 들였다.

장영달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화운동의 '적자'임을 내세우며 민주화 운동 선배인 이부영 후보를 주공격 대상으로 삼는 전략을 택했다. 당내 민주화 운동 세력의 표 분산을 경선 초반에 차단하고 자신으로의 '표 쏠림'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장 후보는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이부영 후보의 과거 전력을 거론하며 정체성 공세에 나섰다. 장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감옥을 오가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은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대중 라인에 서왔는데 어떻게 한나라당에 갈 수 있었느냐"고 이 후보를 곤경한 지경으로 몰아 갔다.

장 후보는 또 한나라당 내에서 부총재·원내총무까지 지낸 지도급 인사가 정작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탈당할 때 자신을 포함, 5명만이 함께 한 점을 거론하며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캐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부영 후보는 "온전한 전국정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을 김대중 총재가 국민회의를 만들어 쪼갰는데 완전히 호남당이었다. 그래서 따라갈 수가 없었다"면서 자신의 반DJ 성향을 부각시키며 역공을 펼쳤다.

영남권의 대표주자인 김정길 후보는 정동영·신기남 후보의 '배타적 리더십', '불안한 리더십'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 후보는 정동영·신기남 후보를 지목 "두분은 공히 국정경험도 없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며 "두명 중 누군가가 당 의장이 돼 민주당이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면 모양이 우스워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정부에서 일을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반박했고, 신기남 후보는 "정치는 정당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반격을 가했다.

여성 상임중앙위원 1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이미경·허운나 후보간의 팽팽한 논쟁도 흥미를 더했다. 이미경 후보는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민주당에는 추미애, 열린우리당에는 허운나'라는 허 후보의 캐치프래이즈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추미애를 존경하는가, 그들을 특별한 모델로 상정하고 있는가"라는 다소 정략적인 질문을 통해 이들 두 여성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요구했다. 유약한 이미지를 보강해 보려는 듯 허 후보는 "박근혜 의원은 20세 세습정치의 정치꾼이며 추미애 의원은 개인의 정치욕을 쫓는 정치인으로 변모한 정치꾼"이라며 강경한 톤으로 되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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