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김정일 지지자가 노무현 지지세력"

새해 벽두부터 '색깔론' 논란..."여론조사 기관 선·후배에 들었다"

등록 2004.01.05 10:23수정 2004.01.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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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가 새해 벽두부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홍 총무는 5일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호감을 가진 세력이 확고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홍 총무가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것은 여론조사 기관에 있는 선·후배들로부터 들었다는 말이 전부다.

홍 총무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놀라지 말라"고 전제한 뒤,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 있는 제 선배·동료·후배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전체 국민 가운데 10%가 김정일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또 10%는 호감도 악감도 아닌 그저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둘을 합하면 20%이고, 그 20%가 확고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홍 총무는 이어 "한나라당이 민주와 자유를 발판으로 삼아 이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고 그 힘으로 반도 통일을 이루는 중심 세력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이 커다란 깃발 아래서 이상스런 20%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당과 당원은 대동을 취하고, 소이를 버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홍 총무는 "대통령이 던지는 모든 화두가 국내정치, 특히 총선에 집중돼 있다"며 "우물안 개구리를 만들면 21세기 대한민국이 설 수가 없다. 우물안 개구리, 아주 지능낮은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선거가 임박하면 나타나는 구시대적인 색깔론"이라고 홍 총무 발언을 깎아내렸다.

민주 "국민을 어떻게 보고...", 우리 "비판 하지 않겠다더니..."


홍 총무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과 우리당은 한 목소리로 강하게 비난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5일 오후 논평을 통해 "홍 총무는 색깔론을 편데 대해 노 대통령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지금도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들고 나오느냐"고 말한 뒤 "(홍 총무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수구적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또 "김정일 호감세력과 노무현 지지세력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더욱이 출처도 불명확한 여론조사를 거론한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채 우리당 홍보위원장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했다"고 말하며 홍 총무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의 무기라는 것은 이미 용도 폐기된 구식 항공모함처럼 기름만 먹는 색깔공세와 지역감정 자극"이라며 "비판은 하되 홍 총무와 같은 말은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최병렬 대표가) 앞으로 비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내심) 비판은 하지 않되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색깔공세를 하겠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며 "(이같은 두려움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민련 "타당성 있다" 홍 총무에 동조

반면 자민련은 홍 총무의 발언에 대해 "타당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유운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후 지금까지 20%에 불과한 자기 지지세력과의 소위 코드정치를 함으로써 나머지 80% 국민을 소외시켜 오늘의 국정혼란을 자초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며 "홍 총무 발언처럼 노 대통령의 지지세력 20% 전부가 김정일에게 호감을 갖고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급진진보세력들이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홍 총무의 발언을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홍 총무의 지적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 80%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는데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ADTOP@
다음은 홍사덕 총무의 발언 전문이다.

"대통령이 제발 이 나라의 정치를 우물안 개구리, 지능 낮은 우물안 개구리로 남아있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FTA 문제와 관련 지난 10개월 정부가 손놓고 있는 동안 우리 당 이양희 의원과 정책위를 중심으로 피해 농민들에 대해 마치 우리가 정부인듯 협상했고, 정부예산을 우리가 확정·관철시켰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 대통령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의 대통령이 어찌 이렇게 무심할 수 있나. 대통령이 던지는 모든 화두가 국내정치, 특히 총선에 집중돼 있다. 우물안 개구리를 만들면 21세기 대한민국이 설 수가 없다. 우물안 개구리, 아주 지능 낮은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1야당으로서 정신적 여당과 정책 놓고 다퉈본 적이 없다.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에 한나라당이 앞장서지 않은 것이 뭔가. 5일 근무제 등 한나라당이 주도했다. 동북아 중심국가라고 말했지만 여야가 토론한번 해 본적 없다. 제발 새해부터는 대통령이 총선 중심의 화두와 이슈만 던지지 말고 국민 살길을 찾고,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간에 정책토론을 해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 있는 제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놀라지 말라. 전체 국민가운데 거의 10%가 김정일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또 10%는 호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감도 아닌, 그저 그런 싫을 것도 좋을 것도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둘이 합하면 20%다. 그리고 그 20%가 확고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다.

한나라당이 민주와 자유를 발판으로 삼아 이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고 그 힘으로 반도 통일을 이루는 그 중심세력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커다란 깃발 아래서 이상스런 20%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당과 당원은 대동을 취하고, 소이를 버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 정치가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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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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