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평준화 해체는 '생떼'

등록 2004.01.14 09:09수정 2004.01.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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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조중동의 사설을 보기만 할라치면 방촌이란(方寸已亂)하여 온종일 기분을 잡치고 만다. 어제(13일)도 그랬다. 우연히 보게 된 사설들은 그 주장의 맥락이 평소와 다름없어 언구럭 부리는 듯했다.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입각하던 날 조중동의 찬양일색이던 기억과도 다르지 않았다. 평준화 해체의 적임자요 교육부 관료가 제일 좋아하는 훌륭한 장관이었다고 언죽번죽 떠벌린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교육제도 전면개편 지금해도 늦었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교육제도 전면개편 지금해도 늦었다'황선주
경기도가 11일 평준화 해체의 신호탄과도 같은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16개교 증설을 발표하자마자 조중동의 사설은 살기등등하다. 현행법상 교육부와 도교육감의 동의가 없으면 시행하기도 어려울 사안이지만 평준화 해체가 되어 다행이며 '그것도 늦었다'는 사설을 버젓이 내놓았다. 사설로 칼럼으로 평준화가 국가적 위기의 일촉즉발의 교육공적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중앙일보>는 즉각 '경기도 교육평준화 타파 잘했다'(13일 사설)에서 "교육혁명의 화두는 교육의 각 분야에 경쟁과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며 "경쟁을 위해 외국에 문호를 과감하게 개방하고 경쟁원리를 채택하는 것 외에 묘책이 있을 수 없다"고 당차게 호언한다.

<조선일보>는 '교육제도 전면 개편 지금해도 늦었다'며 한술 더 뜬다. "어린 학생들의 입시 지옥에 찬성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교육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대로 마냥 가자는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사실 호도(의정부와 포항의 작년 여론조사 결과 70-80%는 평준화해체를 반대)에 여념이 없다.

<중앙일보>의 박의준 정책기획부장은 '노트북을 열며. 안병영 부총리께'에서 아예 시장을 살리자며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경쟁 체제를 과감히 도입해 경쟁력 없는 학교나 교사는 과감히 솎아낼 필요"를 역설한다. 그러면서 짓궂게도 공교육 부실을 교사들에게 지청구를 댄다. 또 "엘리트 교육의 청사진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다그친다.

나아가 "교육시장의 개방"을 서둘러야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 안주하는 학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며 지금 시대에 교육 쇄국을 해서야 되느냐고 말미에 되묻는다.


학생들 간에는 입시를 통한 경쟁으로 엘리트를 가려내고 경쟁력 없는 교사도 추려내고 학교도 종국에는 교육을 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자며 밭갈이 하듯 무책임한 선동으로 일관한다. 이 주장에는 교육의 수입과 개방 그것이 유일무이한 교육 살리기인 셈이라 경쟁과 성적지상주의만 있을 뿐이다.

<동아일보>는 '경기도 교육모델을 주목한다'는 사설에서 "제도가 낡아 효용성을 상실하면 늦기 전에 새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교육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실제적인 지역발전의 모델"이라며 경제발전론까지 더 보탠다.


이들의 사설들은 한마디로,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를 많이 만들어 엘리트 교육을 하면 국제경쟁력이 생기고 경제도 살며 공교육이 산다는 논리다. 덤으로 사교육비도 자연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이들 주장의 처음과 끝을 보자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인 입시위주의 교육과 학벌주의의 폐해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들만의 도설(道說)일 뿐이다. 평준화 상태인 현행 교육이 살벌한 경쟁터가 되어 있는데도 애써 외면하며 대입 수험생들과 어린 아이들이 서열식 수험제도 때문에 자살하는 것에도 아랑곳 않는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평준화 해체말고는 다른 대안도 없다.

그러나 보자. 지금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죽으라고 공부하고 객관식 수능점수와 내신에 목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를…. 좋은 대학과 좋은 학과를 가기 위한 것 아닌가? 이것이 학벌사회 탓이 아니고 대입제도의 문제 때문이 아닌가?

모두 바꿔야 한다고 하는 입시위주교육과 대입제도 그리고 학벌사회가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데도 그들의 안중에는 이것들이 도무지 걱정거리가 아니다.

엘리트 교육을 하자고 특목고와 돈 많은 부자들만 가는 자립형 사립고를 만드는 것이 어째서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 되고 경제를 살리며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어 설득력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개방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형국인데도 교육개방이 세계적인 흐름인 양 떠벌린다.

한마디로 조중동의 교육논리는 나라야 어떻게 되든 교육의 시장화와 개방화 그리고 엘리트 교육론으로 귀착된다. 그들의 억지로선 현행 평준화가 공교육 부실의 원인이요 사교육의 원인으로 보일 뿐이다.

엘리트가 국가경쟁력을 위해 중요하고 그들이 국민들을 먹여 살린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야 상향평준화가 된다는 논리다. 그들과 우리 사회에서 자칭 주류라고 생각하는 자들과 그들의 후손만을 위한 기득권 지키기와 전통 그리고 세세토록 보전해야 할 인간 유전을 일구기 위한 일류 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만의 리그와 교육 그들만의 말잔치만 있을 뿐이다. 유치한 새퉁이들처럼 야살스럽고 경망하기 이를데 없어 언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함량미달이다. 조중동, 그들만의 억지가 언제까지 먹힐지 두고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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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간지 기고가이며 교육비평가입니다. 교육과 사회부문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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